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재정 당국의 뒤늦은 참회록


"매년 다소 낙관적인 성장률과 세수 전망으로 결산 때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내년에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산을 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6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뒤늦게 자기 고백을 했다. 나라 살림은 지난 2012년을 시작으로 내리 3년간 '펑크'가 났다. 결손 규모도 2조8,000억원에서 8조5,000억원, 지난해에는 10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렇게 3년이 흐르는 동안 '장밋빛 추계'는 매번 언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정부는 "할 수 있다"는 변명만 앵무새처럼 읊조렸다.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는 데 꼬박 4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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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나마 잘못을 고치는 건 반길 만하지만 남은 후유증이 크다. 잘못된 세수 추계로 늘어난 나랏빚은 올해 말 기준으로 175조원에 달한다. 내년 살림도 50조원가량 빚이 늘어나는 적자 재정이다. 40%를 돌파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앞에 최 경제부총리의 '확장적 거시정책'도 속절없이 무너질 판이다.

나랏빚만 늘어난 게 아니다. 정부의 '갈 지(之)' 자 행보에 정책의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균형재정' 약속을 소리 소문 없이 지운 뒤 확대 재정정책을 펴다 다시 뒷걸음질한 모양새다. 내년 예산안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나라 살림이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여력이 더 이상 없다는 꼴만 자인한 형국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위기 상황이다. 어떻게든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기왕지사 어렵게 꺼낸 자기 고백이다.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라는 것도 이제는 인정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내년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은 3%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노동 부문 예산은 배가 넘는 6.2%가 늘어 전체 예산의 31.8%를 차지했다. 눈덩이 복지 부문 예산은 빠른 속도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 당국의 참회록은 아직 쓰다 말았다. /세종=김상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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