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다.
다음달 노무현 대통령의 아시아순방 때 아세안과 FTA 협정을 먼저 체결한 후 국가별로 시장개방 폭과 일정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아세안과 오는 2012년까지 교역상품의 90%까지를 무관세화 함으로써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ㆍ선박ㆍ정보통신기기 수출이 급신장하고 원산지표기문제로 어려움이 예상됐던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해외공략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 5억이 넘는 아세안과의 FTA 체결은 ‘수출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FTA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칠레와 처음으로 맺은 FTA 협정이 발효된 후 싱가포르ㆍ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과 FTA 협정을 맺긴 했으나 이는 상징적인 협정에 불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10개 회원국에 경제성장속도도 빠른 아세안과 협정을 맺음으로써 외교적 측면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성과가 기대된다. 아세안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240억달러의 물품을 수출하고 224억달러를 수입하는 등 무역규모가 464억달러에 이르러 우리에게 네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중국ㆍ일본 등이 북미와 유럽권에 맞서는 아시아지역 경제블록 건설을 추진하면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아세안과의 FTA 체결은 우리 수출시장을 확대한다는 것 외에 아시아시장 통합의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세안과의 FTA 협정을 계기로 FTA 협상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는 경쟁국에 비해 FTA 협상이 뒤 처져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7월 아세안과 협정을 발효, 오는 2010년까지 7,455개 품목(교역상품의 90%)의 관세를 없애기로 한데 이어 2015년까지 아시아시장통합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스크린쿼터나 쇠고기수입문제 등으로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이나 독도 영유권ㆍ신사참배 등 정치적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일본과의 협상에도 다시 속도를 내야 한다. 무역규모 5,000억달러를 앞두고 있는 무역강국 한국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FTA로 활로를 찾는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