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서 서부산 지역인 녹산공단으로 출퇴근하는 권모(55)씨는 최근 '북항대교' 개통으로 한층 편리해졌다. 복잡한 도심을 거치지 않고 감만부두~영도간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탓에 통행시간이 기존 50분에서 30분 이내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임 씨는 "출·퇴근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 좋지만 하루에 7,000원 가량 들어가는 통행요금은 큰 부담이어서 언제까지 이 길을 이용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북항대교의 개통으로 부산 해안순환도로망 구축사업의 완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부산 해안순환도로망은 거가대교-가덕대교-부산신항·녹산산단-을숙도대교-감천항 배후도-남항대교-북항대교-광안대교까지 거제도와 해운대를 연결하는 55㎞의 도로망을 일컫는다.
이 연결도로에는 7개 교량, 1개 터널로 구성되며 모두 민간 자본이 투입됐다. 약 3조 1,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7개 교량은 북항대교를 끝으로 모두 완공됐으며 부산 서구 암남동 남항대교와 부산 사하구 감천항 배후도로를 잇는 천마산 터널 공사가 오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해운대 지역과 경부고속도를 연결하는 산성터널 공사도 오는 2017년이면 완공된다.
이들 민자 도로와 터널이 동남권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해안 대동맥 역할로 시민들의 교통편익 증대는 물론, 원활한 산업 물동량 분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문제는 비싼 통행요금이다.
실제로 이들 7개 교량과 1개 터널 중 해운대에서 광안대교를 거쳐 북항대교-천마산 터널-을숙도 대교-거가대교를 이용할 경우 통행요금이 무려 1만5,000원 가량 든다. 10km를 운행하는데 2,700원이 드는 꼴이다. 이 같은 과도한 통행요금 지출로 산업계에서는 차량 통행시간이 평균 절반 이상 줄어든 효과가 있는 반면 통행요금 증대로 인한 물류비용 절감 효과는 오히려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부산시가 떠안고 있는 민자사업자에 대한 최소 운영수익보장(MRG)도 시 재정압박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최근 개통된 북항대교의 경우 부산시와 민간사업자인 북항 아이브릿지와의 '북항대교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에 따라 북항대교 개통 시 추정 통행료 수입의 80%(연간 95억 원 추정)를 부산시가 보장하게 돼 있다. 통행량 부족으로 북항대교 통행료 수입이 추정액의 80% 미만이면 부족분을 부산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북항대교의 하루 평균 예상 통행량은 올해 4만9,838대, 내년 5만1,418대, 2016년에는 5만4,577대다. 하지만 실제 지난달 22일 개통 이후 북항대교의 하루 통행량은 예상 통행량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통행량이 추정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최악의 경우땐 시의 MRG 부담이 하루 2,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며 "이럴 경우 부산시가 연간 100억원 가량을 민간사업자에게 보전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