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국내 판매 1ㆍ2위를 다투는 독일 업체들이 차 할부와 리스로만 연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 취급 규모에 비해 수익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 홀딩 B.V.(네덜란드 소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올 상반기에만 39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미 지난해 1년 동안의 순익 307억원보다 많고 2012년 전체(155억원)보다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상반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에만 8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이 가능할 전망이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BMW를 사는 고객들을 위해 할부나 리스를 해주는 업체다. 6월 말 현재 자산은 2조2,961억원 수준이다.
BMW 측의 이익 규모가 얼마나 과다한 지는 현대ㆍ기아차 할부와 리스를 주로 하는 현대캐피탈과 비교해 보면 잘 나타난다. 6월 말 기준 자산이 22조982억원인 현대캐피탈의 상반기 순익은 851억원이다. BMW의 덩치는 현대캐피탈의 10분의 1이지만 이익규모는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BMW는 차량 할부고객에게 현재 연 11.9~15.9%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고금리를 적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벤츠의 할부금융회사인 메르세데츠벤츠 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의 상황은 비슷하다. 상반기에만 차 할부와 리스로 100억원을 벌어 지난해(184억원) 실적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이 1조4,784억원밖에 안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익규모는 상대적으로 크다. 벤츠는 연 2.6%의 저금리에 자금을 국내에서 조달해 영업에 쓰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모션 이외에 금리 인하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차 할부영업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폭스바겐도 할부와 리스로만 지난해 82억원을 벌어들였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오히려 가격이 올라간 독일 차종이 많고 할부와 리스로도 큰 수익을 내고 있다 ”고 말했다.
벤츠는 C클래스와 GLA클래스를 앞세워 지난달에만 3,538대를 팔아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고 BMW는 3,303대로 2위였다. 아우디(2,349대)와 폭스바겐(2,289대)이 그 뒤를 이었다. BMW의 홍보 담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할부금리를 연 7~11%를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