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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축인 현대·기아자동차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신흥시장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의 성장세 둔화도 커다란 위협요인이다. 국내 시장도 소비심리 위축에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슈퍼 달러와 엔저 등 환율 리스크도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경영 전략은 도전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것이다. 최근의 엔저와 원화 강세를 되레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역발상 경영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창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복안이다.
엔저를 등에 업고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본 업체들에 대응해 현대·기아차는 '제값 받기'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일본 업체들이 현대·기아차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기업들처럼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과 달리 현대·기아차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올 상반기 '제네시스'와 '쏘나타'를 미국 시장에 선보인 현대차는 오히려 가격을 인상했다. 실제 지난 4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제네시스 3.8' 모델은 구형보다 차값이 7.9%(2,800달러) 오른 3만8,000달러(약 4,009만원)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동일 모델인 'G380 익스클루시브'와 비교해도 약 140만원 비싸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쏘나타를 미국에서 출시하면서도 '2.4 SE'의 가격을 국내에서 팔리는 동일 모델 보다 152만원 비싼 2만1,150달러로 책정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수익성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할인하지 않는 품질이 좋은 차'라는 인식을 심으면서도 수익성도 개선되는 효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달 말 출시예정인 대형차 '아슬란'으로 국내외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복안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3각 편대로 글로벌 그린카 선두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친환경차 및 전자제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우수 인재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친환경차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친환경차 3각 편대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다. 우선 현대차는 올해 연말에 신형 쏘나타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내년에는 중형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해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선두업체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기아차가 지난 2011년 내놓은 쏘울 EV 전기차는 올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쏘울 전기차를 연이어 출시함으로써 국내 전기차의 수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6년에 성능이 대폭 향상된 준중형급 전기차를 출시해 전기차 분야에서의 글로벌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기아차의 창조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부터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고속도가 시속 160km인 투싼ix는 정지상태에서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12.5초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견줄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15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갖춘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더불어 이 분야에서도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차 개발에 있어 글로벌 업체들과의 제휴 대신 핵심 부품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모든 친환경차 부문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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