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차별 없는 웹 세상 만들기


웹은 거대한 사회적 공간이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자신의 구글 계정을 통해 "2020년 안에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연결될 것"이라고 디지털 시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술혁신이 이뤄진다면 약 80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인구 대부분이 곧 온라인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공존하는 방식은 앞으로 시민과 국가의 행동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웹참여 어려울때 삶의 질도 떨어져


이 예측을 뒷받침하듯이 모바일기기의 폭발적 보급은 모든 행위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게끔 만들었다. 그 결과 온라인 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 등 웹 참여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쉽게 말해 웹 접근성이 떨어지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회 참여, 행복 추구 등의 기본권마저 위협받는다. 여기서 웹 접근성이란 신체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불편 없이 해당 사이트의 콘텐츠를 보고 느끼고 참여할 수 있게 한 웹 사이트 기능을 뜻한다.

이렇듯 웹이 또 하나의 사회적 공간으로 인식됨에 따라 웹 접근성 향상을 통한 평등권 보장은 기업이 가져가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 됐다. 많은 기업은 국가표준지침에 따라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장애인 및 고령자들도 홈페이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개편을 진행했다. 필자가 몸담은 JB전북은행 역시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뱅킹과 홈페이지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달 2일에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웹 접근성(WAㆍWeb Accessibility)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증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WA 인증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초심사, 전문가의 정밀심사뿐 아니라 최종 사용성 심사의 3단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 마지막 최종 사용성 심사는 소프트웨어 기술등급을 갖춘 장애인 전문가 심사위원의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통과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국가표준지침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었음에도 실제 사용성 테스트에서 상당히 많은 수정 사항이 나왔다. 지적된 사항을 재차 수정하고 사용성 테스트를 수차례 반복한 후에야 마지막 단계를 통과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지루하게 반복되는 테스트 과정이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문제는 늘 우리의 시각에 있었다. 일반인의 시각에선 당연한 것이 장애인에겐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는 사실,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당연한' 듯 간과했던 것이다. 예쁜 디자인의 이미지는 일반인에게는 미적 심미감을 주지만 텍스트를 읽어주는 프로그램에 의존해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인지되지 않은 정보일 뿐이다. 또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노래를 듣는 것도 인터넷 강의를 청취하는 것도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자막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웹 접근성이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핵심은 표준지침이나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많은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

JB전북은행도 규모는 작지만 이익 대비 사회환원율이 가장 높은 은행으로 항상 꼽히고 있을 정도로 내부적으로 사회적 책임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부서는 매 분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비록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봉사활동이지만 직원들의 참여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중에 시간을 내기 힘든 은행원들은 자발적으로 주말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고 은행 차원의 봉사활동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노력이 웹상에서의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들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하도록 기업이 나서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웹 세상.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지, 사회적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어떠한 제도와 지원이 필요한지 정의해나가는 일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무엇보다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그들의 시각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