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상생행보 네이버 맛집·여행도 손 떼기로

벤처와 중복 6개 서비스 내년말까지 단계 철수<br>사전영향평가제 가동 골목상권 침해 논란 차단<br>업계 "일단 환영… 정착 위해 후속조치 있어야"

김상헌 네이버 대표


네이버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맛집ㆍ여행ㆍ패션 서비스에서 손을 뗀다.

네이버는 26일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벤처기업상생협의체 제4차 회의를 열고 벤처기업과 겹치는 서비스를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한다고 밝혔다. 대상 서비스는 '윙스푼(맛집 정보)', '윙버스(여행 정보)', '워너비(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6개 서비스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벤처업체와 사업이 중복되는 분야는 사실상 모두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이번 결정은 지난달 발표한 부동산 서비스 철수 계획에 이은 후속 조치다. 네이버는 다음달부터 '네이버 부동산'의 매출 광고료를 절반으로 인하하고 내년 5월에는 그동안 직접 운영해온 매출 서비스도 중단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확인매물' 상품을 구매해야 이용할 수 있었던 배너 서비스 역시 공인중개사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다만 메모 앱이나 웹 소설처럼 제휴업체와 사업적 논의가 필요하거나 참가자 자체가 1인 사업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는 유지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이와 함께 신규 서비스 출시에 앞서 '서비스 영향 평가제도'를 가동해 정보기술(IT)업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증키로 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벤처기업의 서비스를 사전에 파악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고 해당 기업과의 소통 창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초기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새로운 벤처기업과 앱을 소개하는 '금주의 추천 앱 코너'를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신설키로 했다. 이 코너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적정성을 평가해 벤처기업과 앱을 엄선해 소개할 예정이다.

검색 서비스도 일부 개선된다. 검색 공정성을 위해 다음, 네이트, 구글 등 경쟁 서비스도 네이버에서 검색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서비스를 개편하고 검색 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위해 다각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령 네이버 검색 상위에서 찾기 어렵던 다음와 네이트의 웹툰도 네이버 웹툰과 같이 검색된다. 네이버는 그동안 자사 서비스 위주로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성숙 네이버 미디어센터 본부장은 "이번 방안을 통해 네이버는 국내 최대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서비스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 벤처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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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업계는 네이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것만으로는 벤처기업과의 상생이라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벤처기업의 한 대표는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면서도 "다만 국내 IT업계 전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소통이 우선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네이버를 둘러싼 오해와 논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첫술에 배부른 것이 없다는 말처럼 이제는 네이버와 벤처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헌(사진) 네이버 대표는 "앞으로 벤처기업상생협의체를 통해 제기되는 업계의 다양한 논의를 귀 기울여 듣겠다"며 "시작은 미약할 수 있지만 벤처기업과의 상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실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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