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의 고속도로 통행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싸게 책정돼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도한 중량의 화물차가 도로 손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지만 유지보수 부담은 일반 승용차들에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의 '고속도로 요금체계연구'에 따르면 국내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대형 화물차에 적용되는 요율이 미국·일본·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율은 일반 승용차와 비교해 화물차량에 적용되는 거리당 주행요금 부담 비율을 말한다. 국내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요율은 1.68로 조사됐다. 이는 승용차에 비해 화물차의 요금이 68% 가량 높다는 말이다. 반면 미국은 고속도로내 화물차 요율이 6.46에 달했고 일본(2.75), 이탈리아(2.43), 프랑스(2.49) 등 주요 국가의 화물차 고속도로내 요금부담률이 일반 승용차의 2배를 넘었다.
고속도로 이용요금을 비교하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에서 기본요금과 주행요금을 합산해 부과하고 있으며 ㎞당 요금은 현재 1종 차량이 41.4원이며 2종 42.2원, 3종 43.9원, 4종 58.8원, 5종 69.6원 등 차종별로 편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서울~부산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1종 차량은 통행료를 1만8,800원, 5종은 3만1,000원을 내게 된다. 반면 거리에 관계없이 균일요금을 받고 있는 캐나다 101번 고속도로(뉴브런스웍주와 노바스코샤주를 잇는 도로)의 경우 승용차는 4 캐나다달러(3,795원)인 반면 화물차는 차축에 따라 6~24 캐나다달러(5,692~2만2,720원)가 부과된다. 차축이 8대인 대형 트럭은 승용차보다 6배 이상의 비용을 부과 받는 셈이다. 또 미국 LA1 고속도로(루이지애나주 주립고속도로) 역시 승용차의 통행료는 3달러(3,029원)인 반면 트럭은 9.25~15달러(9,339~1만5,145원)를 부과해 승용차보다 3~5배 가량의 요금을 징수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국내 고속도로에서 화물차에 대한 통행 요금이 지나치게 적은 것이다.
미국·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 화물차의 고속도로 이용료를 승용차보다 많이 받는 이유는 무거운 중량의 화물차가 도로 손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화물차의 고속도로 손상도는 일반 승용차의 4,100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1종 차량의 고속도로 손상도 수치를 1로 간주했을 때 2종 409, 3종 1,111, 4종 2,052, 5종 4,191 등 높은 중량의 차량으로 갈수록 손상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렇게 균열이 발생하거나 파손된 도로를 보수하기 위해 수선유지비와 재포장 비용으로 2,000억원을 넘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윤혁 도로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외의 요금체계와 고속도로의 유지 관리비용, 화물차 통행특성, 고속도로의 포장 파손특성과 하중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통행요금체계가 화물차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요금 체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하중과 손상도를 고려한 새로운 요금체계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화물차량 운전자의 집단반발 등을 고려해 새로운 요금체계 수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도로 요금체계는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 등을 고려해 결정할 수 밖에 없다"며 "경제 활성화 측면 등을 고려하면 화물차의 고속도로 이용 부담율을 현재보다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화물차가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이 입증된 만큼 불공정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10톤 이상의 영업용 화물차량은 야간에 할인요금(50%)을 적용 받는데 이로 인해 불공정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정부의 화물차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유류비 보조와 운임료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고속도로 이용자간의 형평성을 훼손하는 화물차의 통행료 혜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