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망직이라더니 빛바랜 '직업상담사'

유망직이라더니 빛바랜 '직업상담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유망직종이라는 말에 첫 시험에는 무려 2만8,000명 가까이 응시했고 그 중 224명이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1ㆍ2차 시험에 컴퓨터 실기까지 치르고 엄선한 전문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장기실업자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김모씨ㆍ남ㆍ37) "한 때 정부는 직업상담사를 21세기 화이트칼라 유망 직종이라면서 방송사와 연계, 자격증 획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빛 바랜 희망일 뿐입니다. 전문인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지만 정부는 유능한 인력이 있는데도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제도를 도입한 노동부마저 '직업상담원'을 채용면서도 자격증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은 직업상담사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서울시 동작구 이모씨ㆍ여ㆍ32) 지난해 3월 정부가 실직ㆍ구직자들의 취업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도입한 '직업상담사 자격증 제도'가 적절한 후속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표류하고 있다. 특히 수시로 직업상담원을 뽑는 노동부조차 자격증 취득여부를 외면, 객관적 기준 없이 선발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직업상담사 제도는 미국ㆍ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수 십년 전부터 도입하고 있는 시스템. 실직자는 물론 청소년ㆍ대학생ㆍ주부 등의 사회진로나 취업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취업 희망자들에 대한 사전상담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지난해 3월 국가기술 자격증 제도로 도입했고 2000년 12월말 현재 2,241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시 노동부는 직업상담사 자격증제도를 도입하면서 "자격증 소지자는 정부관련부처, 직업교육훈련기관, 사회복지ㆍ직업상담기관 등에서 전문가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21세기 새로운 직업세계를 개척하는 사람들이 도전해 볼만 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행초기 정부의 화려한 비전과는 달리 제도를 도입한지 1년이 가깝도록 자격증 소지자들의 활용방안은 물론 적절한 수요처 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부실기업 퇴출 등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인력을 활용할 생각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직업상담사 김모(38ㆍ남)씨는 "지난해 서울 모 구청의 경우 일일취업센터에 2명의 직업상담원을 채용하면서 자격증 소지자는 탈락시키고 58세의 퇴직공무원을 선발한 것은 전문자격증을 무시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김모(44ㆍ남)씨는 "노동부는 직업상담원 채용 시 자격증 소지자는 2점의 가산점만 주지만 자격증이 없더라도 4년제 대학졸업자는 최고 8점을 더 가산해 전문자격증제의 시행취지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선발된 직업상담원들은 구직자들의 취업을 상담하는 본연의 업무보다 행정보조요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이모(38ㆍ여)씨는 "정보처리 자격증에다 워드 자격증을 소지할 경우 직업상담사보다 더 많은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본연의 업무보다 행정보조 요원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노동부가 채용한 직업상담원 중 직업상담사 자격증 소지자는 400여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선발한 상담원의 경우 70%를 자격증 소지자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인력의 적재적소 배치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ㆍ경기도 등 지자체와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상담원 선발 시 고교졸업자에게 대졸자와 동등한 가산점을 줄 수는 없으며 엄격한 전형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인적 친분 여부에 따라 선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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