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CIAㆍFBI와 국정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매일 아침 30쪽 분량의 일일 기밀 보고서가 올려진다. 일명 `일일 위협 매트릭스(Daily Threat Matrix)`라고 불리는 이 보고서를 읽는 것으로 부시 대통령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일 위협 매트릭스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이 공동 작성한 것으로 여기에는 두 기관이 채집한 주요 인사들의 e-메일 내용, 스파이 밀담은 물론 위성 사진 등에서 확보한 미 본토에 대한 위협 징후 등 갖가지 정보가 수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장난으로 추정되는 정보조차 누락시키지 않을 정도로 모든 정보를 망라하고 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이 이 같은 보고서를 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것은 결국 본토 안보를 정책 결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과 함께 그 같은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보기관에서 채집한 정보에 1차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 한다. 실제 최근 미국이 테러경계 태세를 `코드 옐로`에서 `코드 오렌지`로 한단계 격상시킨 것도 일일 위협 매트릭스의 보고 내용에 따른 결정이라고 전해졌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인 부시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일일 기밀 보고서를 정책 결정의 1차 자료로 삼는다는 사실은 국가 정보기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보기관의 최우선 역할은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해 경쟁력 있는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또 수집된 정보가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보의 신뢰성을 갖추는 것 또한 필요하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그 것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고, 국민의 이익은 국가 안보가 지켜질 때 비로소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치학 원론에 나오는 진부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국가 안보의 최전선이랄 수 있는 정보기관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북 핵 문제로 국가 안보가 막대한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대북 송금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는 등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 최근 국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혁성을 앞세운 인물이 국정원장 자리에 앉았다. 정보기관의 제 역할에 부합하는 국정원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창익기자(국제부)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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