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 '고구려사 논쟁' 후퇴 배경과 전망

중국이 24일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 기존입장에서 한발 `후퇴' 입장을 보인 것은 `갈등이 오래 지속될 경우 득(得)이 될 게별로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인해 한-중 양국이 추가적인 갈등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올해로 수교 12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가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고 판단, 조기 수습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26일 국가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방한에 앞서 어떤 형식으로든 고구려사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또 한-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중장기 목표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한.미.일 관계가 더 강화되면 미국의 대(對) 중국 포위전략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급박한 현실인식은 임명된 지 이틀 만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아시아담당 부부장을 한국에 급파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우 부부장은 지난 22일 방한해 23일 하루동안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종석(李鍾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을 면담한 데 이어 카운터 파트인 최영진(崔英鎭) 외교부 차관과 두차례 회담을 하는 등 9시간30분 간의 `릴레이협상'을 벌여, 의견 접근을 시도했다. `만만디'의 중국이 이러한 신속함을 보인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중국 측은 문제가 됐던 자국 외교부 홈페이지(www.fmprc.gov.cn)에서 "정부수립 이전의 한국사를 완전히 들어내겠다"고 지난 2일 한국 정부에 통보했을 때만해도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지난 4월20일 개정에서 고구려를 삭제해 한-중간 갈등이 증폭된 만큼, 북한.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사에 대해서도 현대사 부분만 기술해 문제의 소지를 아예 없애는 `고심어린' 판단을 했다는 게 중국 측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 측이 미봉책이라며 이를 또 다른 왜곡으로 받아들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외교부 박준우(朴晙雨)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통보 사흘만인 지난 5일 베이징으로 날아가 중국 당.정의 요인을 두루 접촉해 "우리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의 뿌리인고구려사에 대한 왜곡 시도에 대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입장을피력한 것이다. 그 이후 일주일여만인 지난 14일 박 국장과 중국 외교부의 추이톈카이(崔天凱)아시아 국장은 이례적인 `방콕 회동'을 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김하중(金夏中)주중 대사의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한국통'인 우 부부장의 방한을 통한 해결책 제시로 연결된다. 정부 내에서는 중국 측이 ▲ 내년 9월 학기 역사교과서 개정과 관련해 고구려사왜곡을 하지 않겠다 ▲ 중앙.지방정부를 불문하고 정부 차원의 왜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 5가지의 구두양해를 한 것을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마지막에는 중국 측이 당초 (본국의) 지침을 벗어나면서까지 우리 측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러한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측은 그러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삼국시대사 부분에서 `고구려사'를삭제하기 이전으로 회복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불가 입장을 밝혀,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는 그간 중국 측이 외교부 홈페이지와 관영매체의 왜곡과 관련해 상응조치를 취하면, "정치적이 아닌 학술 차원에서 고구려사를 해결한다"는 지난 2월의 한-중 합의사항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제는 중국 정부가 약속한 사항을 제대로 실천하느냐만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지적이다. 우선 중국 당국이 `고구려사는 한국사'라고 인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란은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중국 당국이 약속대로 정부 차원의왜곡 시도는 하지 않겠지만, 관(官)의 지원을 받는 학계와 민간 차원의 왜곡 시도는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중국에 비해 고구려사 연구진이 취약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중국은 고구려사 연구학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1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려면 국내의 고구려사 연구를 활성화하는 한편 남북한간 학술교류를 통해 학문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내 정계와 민간이 중국 동북과 간도지방에 대해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며 역사편입을 시도해 중국인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해야한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인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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