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이 의무적으로 고용토록 규정되는 사외이사가 은행 퇴직간부들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금융권에서는 현재 은행 현직간부가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임하지 못하도록한 규정을 시급히 개정, 현직간부가 직접 기업의 사외이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1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채권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고용토록 규정함에 따라 일부 은행들이 구조조정속에서 은행을 떠난 퇴직간부들을 집중적으로 사외이사에 배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은행 등 일부 은행권은 기업의 주채권 은행인 점을 이용, 지난해 인원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후 파견된 경영관리단장을 기업 주주총회를 계기로 사외이사로 내보내는 대신, 또다른 퇴직간부를 관리단장으로 내보내는 등 워크아웃 기업을 사실상 「전관예우용」 자리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사외이사의 급여도 기껏해야 한달에 한번 기업에 나가면서 최고 2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채권단이 엄청난 부담을 감수하면서 살리고 있는 워크아웃 기업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의 현직간부를 기업의 사외이사와 겸직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는 은행내규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전직 은행간부가 그나마 회계사나 교수보다 낫다는 판단아래 막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퇴직간부가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제대로 감독을 하지 못할때는 곧바로 그만두도록 할 것』이라며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모 은행의 워크아웃팀장은 그러나 『워크아웃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채권단을 옹호하는 사외이사의 비중을 높이게 했음에도 불구, 퇴직간부출신을 전관예우 차원에서 사외이사로 방출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채권단 차원에서 하루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은행에서 파견된 경영관리단장들의 선례를 볼때 퇴직간부 출신의 사외이사가 얼마만큼의 충실한 견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불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은행내규가 문제라면 금융감독원장 명의로 현직간부 출신이 기업의 사외이사에 겸직토록 하면된다』며 『겸직이 될 경우 기업에 대한 철저한 경영권감독뿐 아니라 사외이사의 경비절감에도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