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조물 책임법

도입여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정부와 업계간에 논쟁이 계속됐던 제조물책임법(PL법) 논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결정됨에 따라 「선진국형 소비자보호제도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PL법의 도입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간 PL법 도입을 꾸준히 추진해 온 소비자보호원은 최근 PL법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 PL법시안을 내놓았다. 이같이 도입여건이 무르익었음에도 불구, PL법이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조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제조업체의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업체가 책임을 지는 강력한 소비자제도인 만큼 제조업체에서는 도입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PL법도입을 추진하는 소비자보호원과 이를 다소 꺼리는 제조업계의 입장을 각각 실어본다.<편집자주> ◎찬성/소비자 안전보장 위한 자구책/제품 결함따른 손해발생 배상책임 당연/기존 과실책임 원칙으론 피해구제 한계/연구개발촉진·경영합리화·경쟁력제고 효과도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 즉 통상기대되는 안전성이 결여된 제조물로 인하여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확대손해)를 입혔을 때에 제조업자의 과실유무를 묻지 않고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민사책임에 관한 룰(rule)을 변경하는 것이다. 제조물책임법은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제조업자가 무조건 책임을 지는 절대책임은 아니며, 결함이 없는 한 책임을 지는 일은 결코 없다. 제조물책임법을 제정하여야할 당위성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기존의 민법이 적용되는 시대는 당사자가 대등한 개별적인 거래구조를 전제로 한 구조임에 반하여 오늘날은 미국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대량생산·대량광고·대량유통·대량판매라고 하는 시장구조로 변화하였고, 그에 따른 소비자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주는 결함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둘째, 현행 민법에 의한 과실책임원칙으로는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화의 진전으로 제품생산과정이 기술화·복잡화·전문화되어 소비자가 제조업자의 과실을 입증하기 곤란하고, 정보·기술·재력면에서도 제조업자와 대항하기 곤란하다는 한계가 있다. 비록 제조물에 결함이 있더라도 소비자가 제조업자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곤란하여 구제받지 못하는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기존의 과실책임원칙에서 제조물의 결함만 입증되면 책임을 묻는 결함책임원칙(엄격책임)으로 변경하여 소비자의 입증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셋째, 제조물책임법의 제정은 미국과 유럽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남미, 동유럽 및 아시아의 중진국도 입법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기업활동의 세계화와 세계경제통합에 대응하여 국내의 소비자보호수준을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1995년 수출이 7,723개품목 1,250억달러 중에서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고 있는 27개 국가에 수출비중이 55%에 이를 정도이며, 이는 국내기업의 대부분이 이미 외국의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세계화와 무역자유화로 외국의 많은 제품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실정에서 안전성이 결여된 수입품으로부터는 우리나라 소비자가 효과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는 불공평한 입장에 있다. 따라서 제조물책임의 확대를 통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외국의 소비자와 대등한 법적보호를 받도록 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지금까지 산업계에서는 제조물책임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로 「제조물 책임소송의 증가로 미국과 같은 소송사회화가 우려된다」, 「제조물 책임의 배상비용과 예상비용이 코스트로 반영되어 상품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일반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반대론에 대하여 최근 제조물책임법 공청회(9월 5일)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경우 사법절차의 이용비용이 높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손해배상이 과도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제조물책임 비용이 극히 미미한 우리의 상황에서는 제조물책임의 확대가 기업의 안전제고유인을 강화하여 연구개발노력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법제정 후 평균 5년이 경과한 95년 3월 벨기엘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소송의 증가, 기술발전의 정체, 보험업계의 문제」라고 하는 부정적인 영향은 발생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에 있어서는 안전중시나 제품리콜의 증가,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제공의 강화, 그리고 화해에 의한 분쟁해결의 증가」라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제정으로 안전성이 강화됨으로써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당할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제조물책임제도가 기본적으로 민사상의 제도이므로 기업의 규모에 따른 차이를 두어 중소기업을 예외로 하는 것은 어렵고, 외국에도 그 예는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법제정 후 시행까지 약 1년정도의 주지기간을 두어 설명회, 자료제공으로 동제도를 철저히 설명하고, 설비관계의 측면에서 금융상 저리융자, 세제상 특별상각 등의 지원책을 강구하며, 그리고 하청기업에 대해서는 일정한 면책조항(완성품제조업자의 지시나 설계에 의한 경우 부품·원재료 제조업자에 대하여는 책임이 없다)을 두고, 그외에 각종제품의 표시를 적정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부에서 제작·배포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를 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이 제조물의 생산과 관리 및 판매에 있어서 보다 철저를 기하고 안전한 제품생산에 만전을 기하게 되어 합리적인 경영과 국제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져 최근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국가경제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약력 최병록 소보원 법제연구팀장 ▲경북대 법학과 졸업 ▲경북대법학과 박사과정 졸업 ▲경북대 법대 강사 ▲한국표준협회 강사 ◎반대/제조원가 상승 기업 부담 가중/선진국 조차도 국민소득 2만불 이후 도입/기술·품질관리능력 취약한 중기 타격 커/경제적·의식적 선진화 실현후 신중히 검토해야 최근 정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가입과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 개막을 계기로 소비자보호 정책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제조물책임법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물책임법은 기업의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검토를 거쳐 도입해야 된다. 제조물책임법이란 유통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하여 사용자 또는 제3자가 재산·신체상의 손해를 입은 경우 제조자 또는 유통업자, 수입업자에게 배상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언젠가는 도입되어야 할 것이지만 제조업에 큰 부담을 주는만큼 도입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이 극도로 약화,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우리 나라는 중국, 말레이시아 등 후발 개도국의 추격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심한 견제로 대외경쟁력이 극도로 약화되어 후발개도국에 우위를 보이던 가격경쟁력이 거의 동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또 엔저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수출 증가율은 크게 둔화되고 있는 반면 수입은 매년 큰 폭으로 급증하여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에 이를 것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높은 임금과 금융, 물류비용 등의 증가로 인한 대외경쟁력의 약화와 이로인한 중국, 태국 등 저임금 국가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어려움이 아니라 그동안 고도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가 일시에 붕괴될 수도 있는 경제위기인 것이다. 이에 우리정부도 경제회생을 위해 경쟁력 10%향상을 전개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기업은 대외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원감축, 경비절감 등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과감한 행정규제의 완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최근 우리 기업은 폐기물예치금의 인상과 각종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등으로 인해 경쟁력이 향상되기 보다는 제조원가가 더욱 상승, 우리 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둘째로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만큼 도입에 앞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범국민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제조물책임법의 시행이 소비자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경우 60년대부터 판례로 제도화되었지만 대부분의 유럽국가가 90년대 초에,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는 지난해 7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이미 훨씬 전에 이 법을 실시할 수 있었는데도 95년에 와서야 실시하게 되었는지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일본은 이 제도가 특히 중소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사실 때문에 정부, 기업, 소비자들이 협력해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다렸던 것이다. 이것이 일본을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힘이며 미국을 제친 원동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75년 보험회사의 제조물 책임보험 인수거부, 인수조건 제한, 보험료 인상 등으로 배상금을 해결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한 예가 있다. 정부는 최근 전자정보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놓았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90%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제도 도입에 의한 어려움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국가경제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고 하겠다. 셋째로 제조물책임법의 도입이유를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들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나 소비자 의식 등이 선진화되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실시연도인 95년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으며 90년대 초에 실시한 유럽의 국가들은 실시연도에 국민소득이 이미 2만달러를 모두 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제도를 실시할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의식적인 선진화는 물론 제조물 책임보험과 같은 환경적인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제조물책임제도는 우리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제도인 만큼 우리 기업이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춘 이후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를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업은 품질향상과 소비자의 안전과 요구에 맞는 제품개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약력 박재린 전자산업진흥회 상무 ▲광운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육군통신학교 교관 ▲한국품질인증센터 이사 ▲소프트웨어산업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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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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