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경제위기 재발하나] 해외부문

통살마찰 대응 다자무역 적극 참여를▲ 정희수 소장=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습니다만 해외부분은 한결같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 경제가 침체를 지속하고 미ㆍ이라크 사태 장기화 등 불안 요인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결론적으로 지난 97년에 비해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해 위기 재발 가능성은 미미합니다. 최근 세계 경제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경기의 회복이 지연되고 미ㆍ이라크 전쟁우려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둔화하면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일본과 EU는 내수부진과 수출 둔화로 어려운 상태입니다. 반면 중국 등 아시아 경제는 양호한 편입니다. 중국은 내수 확대 등으로 올해 7.5% 성장이 예상됩니다. 전체적으로 세계 경기는 미국이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 조치에 나서는데 힘입어 내년에 기업 투자가 살아나며 회복세로 전환될 것입니다. 다만 미국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경기는 세계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로 양호하고 내수도 괜찮아 올해 6% 성장이 가능합니다. 지난해는 소비와 건설로 경기가 좋았고 올해는 내수과 수출이 반반씩 기여해 경기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가안정, 설비 투자 지원 등 거시 경제를 조정하고 부문별 불안에 상시적인 대응을 해나갈 방침입니다.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성장 동인을 만들어야 하고 금융기관의 민영화 등 개혁 작업도 꾸준히 지속할 것입니다. 특히 다자 무역체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점증하는 통상 마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멕시코 아세안 동아시아와도 협력을 모색할 것입니다. ▲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위기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황본부장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경제 위기설이 논의되는 배경은 가계 대출 급증, 디플레이션 가능성, 단기 외채 비중 상승, 세계 경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외채 가운데 단기 외채 비중이 IMF직후인 97년말 40.8%에서 최근에도 40%대로 올라섰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갈수록 줄어들면서 유동성 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거죠. 하지만 경제펀더멘털이 좋습니다. 외채는 1,70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로 감소했고 순대외채권이 460억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외환 보유고가 1,160억달러로 세계 4위 수준이라 단기간에 대규모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단기 외채 비율은 순채권 비율 감안할 때 우려 수준이 아니고 기업 부채비율은 360%에서 130%로 하락했습니다. 다만 가계 대출이 문제입니다. 주택담보 대출 증가가 원인이지만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펴고 있어 가계 대출 둔화가 예상됩니다. 적정 수준에서 억제되면 디플레 위험은 없다고 봅니다. 잠재 성장률 5~6%에 맞는 건실한 성장을 하고 있고 실업률도 낮습니다. 수출은 IT제품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고 경상수지는 50억달러 흑자가 예상됩니다. 소비자 물가는 3% 이내로 안정됐고 상장기업 상반기 순익은 17조원으로 지난해 6조6000억원의 3배 가까이에 이르고 구조조정으로 재무건전성도 개선됐습니다. 해외 시각도 긍정적입니다. 최근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을 A로 올리고 전망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추어 비관적 전망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 소장=지난 97년의 경제위기는 외환위기에서 비롯됐습니다. 말씀대로 그때와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날로 글로벌화하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환율 불안정은 언제나 우리 경제에 위협적인 요소입니다. 국제 환율시장의 흐름과 대처 방안에 대해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 김경림 외환은행 회장=먼저 경제 펀더멘털 측면으로 보나 금융시장 동향으로 보나지난 97년의 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위기 재발 가능성은 확대된 측면이 강합니다. 당분간 엔달러 환율은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달러 약세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불안한 미국 경제에 기인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때문입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미 달러 약세에 따른 반사 효과입니다. 엔과 원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원ㆍ달러와 엔ㆍ달러는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4ㆍ4분기중 엔달러는 142엔 중심, 원달러는 1,240원선이 예상됩니다. 다만 미ㆍ이라크 전쟁 가능성, 전쟁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있어 경우에 따라 엔저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원 달러 환율은 국제 수지에 달려있습니다. IMF발발 이후 국제 수지가 호전됐기 때문에 원화 강세는 당연한 것입니다. 경상수지는 98년 400억달러에서 점차 감소해 지난해 100억달러, 올해는 5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수지 안정대책에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언론에서 이라크사태, 가계 대출 등은 크게 부각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경상수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쉽게 말해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으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다시 외환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거죠. 당장은 염려가 없지만 국제수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데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서비스수지 적자 추이를 볼 때 내년에는 국제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IMF이후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 경쟁력 강화보다는 수입 절대 감소에 기인해서 성장 기반이 약합니다. 그 동안의 성장이 감량 경영,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제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위해 설비투자 등 성장 동력을 마련할 때입니다. ▲ 정 소장=경상수지 문제가 앞으로 부각될 것 같은데요. 정부는 앞으로 어떤 정책 방향을 갖고 있는지요. ▲ 황 본부장=안 원장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실업 물가 성장률 등 거시 지표가 좋다 보니 국제수지 문제에 대해 다소 관심이 줄어든 감이 있습니다. 국제 수지 훅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 등 새로운 상장 동인 창출, 설비투자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난 4~5년동안 설비투자가 저조했지만 제조업 가동률이 70%를 넘어가고 있는 만큼 설비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 등을 통해 설비투자를 장려하고 있고 수출 진흥과 외국인 투자 촉진책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강점인 IT분야를 강화하고 전통산업에 IT를 접목해 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부품 소재 국산화로 구조적 수입 구조 요인을 감소시켜야 합니다. 기업인들에게는 수출 보험제도를 활용해 기업 리스크를 축소할 것으로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통상 문제의 원활한 해소도 중요합니다.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반덤핑 상계관세가 난무하기 때문에 수출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자유무역협정을 조속히 서둘러야 우리 수출품이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 확대를 할 수 있습니다. ▲ 정 소장=경제 펀더멘털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취약한 것이 금융 부문입니다. 우리 금융기관이 나름대로 건실해졌지만 아직도 경영기법이나 위기 대처 능력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진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IMF이후 금융시장에 대해 정부도 시스템 리스크에 신경쓰고 있지만 은행 자체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까. ▲ 김 회장=국제금융연구센터에서 국가적 차원의 전세계시장 전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환율과 금융시장 불안 조짐 등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 환 포지션 관리, 자산과 부채 균형, 외환 포지션도 균형으로 유지하고 있어 어떤 쪽으로 환율이 움직이더라도 환율 손익이 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셈이죠. 우리 금융기관은 IMF 이전 자산과 부채 전체로는 균형을 맞춰왔는데 만기 구조를 맞추지 못해 문제가 있었습니다. 위기시에 이 같은 만기 불일치 문제로 유동성 위기가 생긴 것이죠. 최근 단기 외채 급증이 우려되고 있으나 국가는 물론 개별 금융기관도 국제 신용등급이 올라 장기 외채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만기 구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습니다. 적어도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난 것입니다. ▲ 정 소장=위기 재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군요. ▲ 김 회장=미국ㆍ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불안 요인이 있지만 과잉 반응하고 있습니다걱정이 커지면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도 우려가 현실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 준비는 하되 있지도 않은 현실을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습니다. ▲ 황 본부장=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자꾸만 위기를 말하면 정부도 불안해지고 경제 주체 모두 불안감으로 비정상적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히려 위기를 초래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것이지요. 기업들도 불안하면 정상적인 전략보다는 위기관리에만 신경 써 경제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정 소장=중국 시장이 올들어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고부가가치화를 서둘지 않을 경우 무섭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에 휩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안 원장=중국시장은 우리에게 위협이자 커다란 기회입니다. 일례로 중국 경제특구인 심천은 노동집약형이 아니라 하이테크로 가고 있습니다. 2억명이 휴대폰을 갖고 있고 중국 정부는 휴대폰 국산화 정책을 펴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5~10년내 한국 IT기술 따라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고가화, 고부가가치 전략 취하지 않으면 중국의 변방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 황 본부장=중국과 관계에서 공산품도 중요하지만 해운 물류 서비스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동시에 경쟁 구도도 좋지만 중국과의 동반자적 협력도 모색해야 합니다. 중국은 이미 WTO에 가입하면서 대단히 정교하고 계획적인 시장개방 계획을 갖고 있고 한중일 비즈니스 포럼 개최 등을 통해 교류를 빈번히 하면서 윈윈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정리=팽성일 서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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