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절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원ㆍ병원ㆍ대형병원 간 역할 분담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정책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만 늘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수요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종별 기능 분화 ▦의원 의료서비스 질 제고 ▦병원의 전문화 및 지역의료 지원 ▦대형병원 기능 고도화 ▦의료서비스 인프라 선진화 등 5개 분야에서 10개 주요 과제와 30여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현재는 의원과 병원ㆍ대형병원의 기능이 상호 중복돼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대형병원만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의원들의 경영난 심화와 국민의 과잉진료라는 결과를 낳았으며 건강보험 재정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해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은 경증ㆍ외래환자 중심으로 진료하고 만성질환자나 노인 등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방침이다. 2차 의료기관(병원ㆍ종합병원)은 입원환자를 중심으로 의료 취약지역에서는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고 질환별로 전문병원이나 특화병원으로 지정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3차 의료기관인 대형병원은 중증질환 위주로 치료하고 연구 중심 기능을 강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육성하기로 했다.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위해 간단한 질환으로 외래환자가 의원에 가면 환자부담을 낮춰주는 반면 상급병원에 가면 돈을 더 내도록 하고, 의원이나 병원도 수가를 통해 자신들의 기능에 맞는 기능만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환자의 본인부담률과 병ㆍ의원의 수가를 어떻게 조정할지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추후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기자단을 대상으로 이번 계획과 관련된 설명회를 열고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문제를 제기한 보도자료를 내는 등 '군불 지피기'에 나섰다.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에 직접 장관이 브리핑에 나섰지만 결국 알맹이는 빠진 이벤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포함한 10개 시민단체도 "환자들에게만 비용부담을 늘리는 책임전가를 통해 대형병원 쏠림 문제를 막기 위한 정책효과도 없고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위한 의지도 없다"며 정부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