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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담화' 혹평 대신 미래지향적 관계개선에 무게
첫 단추로 위안부 언급하며 '진정성 있는 행동' 촉구
도발 지속 땐 경제제재·금강산 관광 중단 등 계속 유지
이산가족 명단교환 연내 실현되면 '패키지 지원' 약속도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향후 대일외교 및 대북관계를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치고 북한이 지뢰 도발 등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한일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래를 보고 향후 외교 및 안보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오는 25일 집권 반환점을 도는 박근혜 정부가 대일 외교정책과 대북관계에서 '대화와 협력'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방향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은 일본의 실천 의지에 달려=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대일관계와 관련해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2013년과 2014년의 경축사에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래지향적인 관계구축에 무게가 실려 있다. 특히 앞으로 양국 간 관계개선의 열쇠는 일본이 아베 담화에서 밝힌 내용과 약속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그리고 진실되게 실천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과거형 사죄'를 담은 아베 담화를 혹평하지 않은 점에서 이 같은 인식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히 절제된 표현으로 아베 담화를 평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역사의 저울추를 과거에서 미래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박 대통령은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담화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면피용 담화'가 아니라 실제 아베 총리가 담화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등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보인다면 양국 간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미래지향적 관계' 언급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한중일 정상회담은 물론 아베 총리와의 양자 정상회담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 첫걸음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실된 사과라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경축사 메시지를 통해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첫 단추로 해서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고 이를 실천으로 옮긴다면 양국 간 정상회담을 비롯한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전달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국 간 관계개선 여부는 일본 정부의 태도와 실천 의지에 달려 있다"며 "양국 정상회담을 포함해 향후 대일 외교정책도 이에 기초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北), 단호한 대응과 협력 병행=박 대통령은 북한에 보내는 경축사 메시지에서 무력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연설내용의 많은 부분을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철도연결, 보건의료 협력, 문화·체육 교류 등 대화와 협력 분야에 할애했다. 임기 후반기를 맞아 대북정책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포기하고 협력과 상생의 길로 나온다면 인도적인 지원은 물론 국제사회와 협력해 경제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대응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북관계에 있어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교류와 협력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5·24 경제제재 조치,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등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대결구도를 청산하고 화해의 길로 나올 경우 다양한 '지원 패키지'를 약속했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전환점은 이산가족상봉에 있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부모 없는 자식이 없듯이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산의 한은 풀어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 주길 바란다"며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며 "북한도 이에 동참해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나아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면회소를 이용해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이산가족상봉에 적극 나서고 무력도발을 중단할 경우 다양한 정책지원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대북 관계개선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철도와 도로 연결 △보건의료와 안전협력 구축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 공동대처 △축구·태권도 등 체육 교류 △유적발굴, 겨레말 큰사전 편찬 등 문화교류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