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4일] 신한지주 기관투자가는 구경꾼?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온갖 험담과 독설ㆍ비난ㆍ증오 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악취가 진동했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국내 은행의 성공적인 성장모델로 평가 받았던 신한지주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화려한 겉포장과는 달리 안에서는 권력투쟁과 파워게임이 전개되고 있었고 상대방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치열한 결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3각 연대를 형성해 형제애를 보여주며 신한지주를 이끌어왔던 초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사생결단만이 판을 치고 있다. 14일 신한지주 이사회가 열리면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에 대한 거취가 결정된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지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 행장은 모두 패자로 세인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이번 신한지주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무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재일교포 연합주주가 17.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BNP파리바(6.3%), 국민연금공단(4.4%), 씨티은행(3.0%), 사우디아라비아투자청(2.6%), 미래에셋자산운용(2.4%) 등 기관투자가들도 개별적으로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관투자가의 보유지분은 18.7%로 재일교보 지분을 웃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책임 있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태평로 목장'의 결투를 벌이고 있는 세 사람이 일본을 방문해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날 때도 이들은 철저하게 소외됐다. 끈 떨어진 갓 신세였다. 기관투자가들은 돈을 맡긴 투자자들을 위해 은행을 감시하고 잘못이 있으면 지적해야 한다. 주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회장ㆍ사장ㆍ행장 등 대리인들이 대리인의 소임을 망각할 때는 주주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신한지주 기관투자가들은 ' 물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을 끼고 있었다.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때는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어야 하지만 이들은 재일교포 주주들이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작정이라면 이만한 업무태만도 없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희망'이었다. 악취가 풍기는 신한지주 사태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기관투자가들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신한지주 경영을 현 경영진과 재일교포 주주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제2의 신한지주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내고 위상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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