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는 비싸게 주면서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삼성전자의 횡포를 어떻게 할 수 없을까요."
"전형적인 대기업 횡포인데 감사 범위가 아니라 저희도 답답합니다."
삼성전자의 한 하청업체 사장이 감사원 기업불편신고센터에 문의하면서 주고받은 대화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사연을 털어놓으며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감사원으로부터는 기업 간 문제로 감사대상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에서 원자재를 받아다 제품을 만들어 다시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회계처리에서 이 같은 형태를 '유상사급(有償賜給)' 거래라고 한다.
문제는 삼성전자는 높은 가격에 원자재를 주고 싼 가격에 제품을 납품 받아 안팎으로 이득을 본다. 반면 이 업체는 원자재를 비싸게 받으면서 외상매출이 생기고 납품가격 후려치기로 매출 손실을 보는 이중고를 겪는다. 납품단가는 매년 낮아지지만 요구를 거절하면 거래처를 바꾼다는 압력에 어쩔 수 없이 수용하다 보니 회사 사정은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결국 연이은 적자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대외적으로 휴대폰을 비롯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 세계 1위 업체였지만, 안으로는 힘없는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전형적인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이 하청업체 사장은 하도급 업체와 거래에서 이익을 남겨야 높은 인사고과를 받는 삼성전자의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나름 분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부당하게 위탁을 취소하거나 물품을 지연 수령하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자행했다며, 삼성전자에 처음으로 과징금 16억원을 부과했다.
한국 경제의 대표선수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상은 과히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이를 떠받치고 있는 하청업체에 계속 불공정 거래 관행을 지속한다면 칭찬을 받은 만큼 따가운 비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삼성전자는 명심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