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5월 2일] 콜레스테롤 낮추는 보이茶

정세영 (경희대 교수ㆍ약학)

‘생강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맵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생강이 오래 묵을수록 매운 것도 사실이지만 주로 ‘연륜과 경험이 쌓인 어른들의 지혜를 무시하지 말고 존중하자’는 의미로 쓰이는데 우리가 흔히 마시는 차(茶)도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경우가 있다. 바로 보이차다. 적은 용량으로도 탁월한 효과
보이차는 각종 차 중에서도 특별해서 미생물에 의한 발효 과정을 거치고 독특한 향내를 가져 흔히 ‘곰팡이차’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된장처럼 잘된 발효식품이 그렇듯 보이차도 참으로 사람 몸에 좋다. 보이차는 기호음료로서보다는 한방에서 “기름기를 제거하고 장을 이롭게 씻어내고 술을 깨게 하고 소화를 돕고 목의 통증을 다스린다”는 약리적 특성이 더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런데 보이차의 효능 중 기름기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최근 실험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현대병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고지방성 음식 섭취로 인한 비만과 고지혈증 예방에 보이차가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 연구팀은 실험용 흰쥐에 6주간 고칼로리 음식을 투여, 비만을 동반한 고지혈증ㆍ고혈당 쥐로 만든 뒤 보이차 추출물을 시험물질로, 녹차 추출물을 대조물질로 하여 실험용 비만 쥐에 투여했다. 이 과정에서 적정 수준 이상(중용량ㆍ대용량)의 보이차 추출물을 투여한 쥐는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쥐보다 복부ㆍ내장지방 등이 각각 45%, 49% 감소했다. 덤으로 현대인의 최고 소망 중 하나인 체중 감소, 즉 다이어트 효과도 저절로 따라왔다. 물론 녹차 추출물을 고용량으로 투여한 쥐에서도 유의미한 지방ㆍ체중 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보이차의 경우 중용량 투여만으로 고용량 녹차를 투여한 것과 비슷한 감소 양상을 보여줄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이차 추출물을 투여한 비만 쥐의 콜레스테롤 감소량은 27~39%, 공복혈당 감소량은 25~31%나 된다. 특히 보이차 추출물을 투여한 쥐에게서 몸의 나쁜 찌꺼기를 배출하고 저항력을 높여줘 ‘착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콜레스테롤이 무려 23~36%까지 늘어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보이차(추출물)를 마실 경우 사망이나 독성 증상 없이 적은 용량으로도 지방과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어 비만과 고지혈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보이차는 조금 묽어도 진한 녹차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데다 큰 독성이 없으므로 일반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평소 보이차를 묽은 음료로 만들어 꾸준히 마시면 비만예방 등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비만ㆍ고지혈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물론 옷이 얇아지는 계절을 앞두고 체중관리에 신경을 쓰는 여성들에게 보이차를 꼭 권하고 싶다. ‘건강’과 ‘다이어트’ 두 가지 효용성을 모두 갖춘 음식은 매우 드물다. 그래서 다이어트 효과를 앞세운 온갖 기능성 보조식품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온다. 다이어트 방법 중 가장 해로운 것은 굶는 것이고 대부분의 다이어트 보조식품에서 각종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보이차처럼 평소 식사량을 유지하면서도 큰 부작용 없이 높은 수준의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는 음료나 식품은 별로 없다. 비만 예방등에도 상당한 도움
혹시 보이차의 독특한 향을 꺼린다면 흔히 감국(甘菊)이라 불리는 말린 국화꽃 몇 송이를 띄워 마시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맛도 부드러워지고 향도 참을 만하다. 취향에 따라 이런 식으로 자주 마시면서 적응하면 된다. 직접 조제해 마시는 게 번거롭다면 맛과 향이 부드럽게 걸러져 나오는 시중의 보이차 제품을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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