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영화'의 거친 복수극
[새 영화] 18일 개봉 '몬스터'
동성애가 등장한다. 살인도 나온다. 그것도 창녀의 연쇄 살인이다. 가출, 강도, 성폭행, 사형까지. 영화에서 다룰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란 소재는 모두 다룬다. 이 모두 18일 개봉하는 영화 ‘몬스터’(감독 패티 젠킨스)에 담겨진 것들이다. 그렇다고 ‘몬스터’가 센세이셔널하기만 한 그저 그런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는 충격적 소재들을 통해 소외받은 한 인간의 사랑과 그 내면 세계를 충실히 그려낸다.
‘몬스터’는 여섯 남자를 죽이고 2002년 사형당한 미국 여성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의 실화를 다뤘다. 꿈 많던 아이 ‘리’는 불우한 가정 환경 때문에 13살 때부터 창녀로 나선다. 이 사실을 안 형제들에게 쫓겨난 그녀는 살기 위해 운전사들에게 몸을 팔며 연명해 간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던 ‘리’가 자살하기로 결심한 순간, 소녀 ‘셀비’가 나타난다. ‘셀비‘는 그녀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난생 첫 사랑 고백을 받은 ‘리’는 그녀에게 빠져든다. 돈을 위해 거리로 다시 나선 ‘리’는 늘 그랬듯 한 남자와 으슥한 곳으로 들어서지만, 남자는 가학적인 성관계를 요구한다. 그를 죽인 ‘리’는 이후 ‘셀비’와 도망치며 계속해서 살인과 강도 행각을 벌인다.
감독은 그녀가 살인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거칠지만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결국 이 모두는 ‘셀비’를 향한 ‘리’의 사랑이었다. 세상은 그녀에게 ‘창녀’ ‘살인마’라는 굴레를 덧씌웠지만, 정작 그 굴레는 그녀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냉대’의 다른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살해당한 남성들을 향한 시선을 영화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인공 ‘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은 단연 돋보인다. 14kg나 살을 찌우고 주근깨 가득한 얼굴로 변신한 끝에 버려진 여인 ‘리’를 훌륭히 소화했다. 이 영화로 그는 올해 아카데미를 비롯해 골든글로브,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이상훈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4-06-08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