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당정 정책조율 기능 약화 우려

소주세율 인상 문제등 盧대통령이 정리…당정 갈등도 심화

정부와 여당의 정책 혼선을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하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의 정책개발 능력이 위축되고 정책에 대한 불신감도 높아지고 있다. 소주세율 인상문제,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등이 대표적인 예다. 소주세율 인상문제는 당과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다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논란이 일단락됐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는 "당ㆍ정협의가 무의미해졌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금산법 개정안도 노 대통령이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삼성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뒤 정부의 개정안을 손질하는 쪽으로 논란이 정리됐다. 여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당정의 정책혼선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순기능은 있지만 자칫 '코드 맞추기' 풍조를 부추기거나 정책 일관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역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들을 다시 뒤집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며 "요즘은 정책목표가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고 정책의 우선순위나 방향을 읽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현안에 대한 당내의 활발한 토론을 억제하는 측면도 있다. 금산법 개정안의 경우 재경위 소속 의원들끼리 논란이 많은 사안이었지만 지난 26일 노 대통령과의 간담회 이후 의원들 대다수가 아예 입을 닫고 있다. ^이처럼 정책조율 기능이 약화되면서 당정간 엇박자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바닥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기 위해 정책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당과 세수부족사태로 나라살림을 우려하는 정부의 이해가 자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당정간 이견이나 정부가 추진중인 사회안전망 대책에 저출산ㆍ고령화 부분을 포함시킬 지를 놓고 당정간 갈등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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