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0일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마디에 월가의 분위기는 180도로 달라졌다. "올 들어 1월과 2월 흑자를 냈다"는 그의 발표에 제너럴모터스(GM) 파산설에 짓눌려 있던 뉴욕증시는 폭등세로 돌변했다. 이날 다우지수 상승폭은 무려 5.8%. 미국 최대 부실은행이 5분기 만에 흑자를 냈다는 소식은 "이제는 지긋지긋한 신용위기의 끝이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분석으로 이어져 뉴욕 증시 랠리를 알리는 전주곡이 됐다. 뉴욕 증시는 12년 최저치를 기록한 2009년 3월 9일 이후 1년간 다우지수 61%, S&P 500지수 68%, 나스닥 84%의 급등세를 보였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랠리다. 지난 10일 뉴욕증시의 '불마켓'(bull marketㆍ강세장) 진입 1주년을 계기로 월가에서는 랠리 지속 여부 등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S&P 500지수의 올 상승률을 10%정도 내다본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긴축과 그리스발 유럽위기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으로 기업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데 근거해 주가 전망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의 악재는 새로 돌출한 것이 아니라 예상된 변수라는 견해라는 시각이다. 월가의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토마스 리 JP모건 수석투자전략가는 올 연말 S&P 500지수가 지금 보다 14% 상승한 1,300포인트를 내다본다는 기존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전망치는 이달 초 투자전문잡지 배런스가 집계한 월가 13명의 투자전략가 평균치(1,232포인트) 보다 5% 정도 높은 수준. 토마스 리 전략가는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3~3.5%에 이른다는 예상이 맞는다면 S&P500지수 편입기업의 주당 순이익은 지난해 63달러에서 최소 81달러, 최대 87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강세장 지속론을 견지했다. 그는 지난해 살얼음판의 증시분위기 속에서도 S&P500지수가 연말 1,10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와 더불어 가장 정확한 예측도를 보였다. 2009년 말 S&P500 지수는 1,115.10포인트였다. 씨티그룹의 토비아스 레브코비치 수석전략가는 "불마켓은 한두 가지 악재만으로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면서 "경기회복은 그리 길지는 않더라도 몇 년 간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중침체에 빠지지 않는 한 랠리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는 '우려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른다는 속설을 상기시키면서 "지금은 그리스와 출구전략, 부진한 고용시장 등 여러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으며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예상외로 리스크 요인이 약하다면 주가 상승여지는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월가 투자은행 전략가들의 낙관적 전망은 과거 강세장 패턴에서도 확인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 산하 S&P에쿼티리서치에 따르면 2차 세계 대전 이후 나타난 10번의 강세장 가운데 랠리가 2년 차에 멈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1966년 시작된 강세장이 26개월 지속된 것이 최단 랠리였다. 새뮤얼 스토벌 S&P 전략가는 "46년 이후 첫해 랠리는 약세장의 하락 분의 88%를 흡수했지만 이번 랠리에서는 절반만 회복했다"며 "첫해 랠리에 비해 약하긴 하겠지만 2년 차의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논란의 핵심은 지금 상황이 진정한 강세장이냐 여부다. 2차 대전 이후 강세장 지속 기간은 평균 4년이지만 큰 파동에서 본다면 현재의 랠리가 '장기 약세장 속의 순환 강세장(cyclical bull market within a secular bear)'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1년간 대공황 이후 가장 폭발적인 랠리를 보였지만 다우지수는 역사적 고점을 찍었던 2007년 10월 9일에 비해 25% 밀려나 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워드 클리솔드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장세는 역사적 고점과 깊은 경기침체 사이를 오락가락한 66~82년에 나타난 흐름과 흡사하다"며 "이번 강세장은 17개월 지속되다 올 여름이면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살도 채 못돼 황소가 월가에 무덤을 판 경우가 더러 있었다. 대공황 이후부터 2차 대전 이전까지 5차례 강세장 가운데 4번은 2년을 넘지 못했다. 금융위기 때 S&P 500지수의 600선도 위험하다고 예견했던 데이비드 전 아틀라스캐피털 대표는 "랠리 1년의 삼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소 과격한 비관론을 견지하는 시각도 있다. 프랑스계 소시에테 제네랄의 알버트 에드워즈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미국과 중국 경제는 이미 정점을 찍어 주가는 2007년 10월부터 시작된 추락의 여정에 들어가고 있다"며 "MSCI 세계주가지수는 앞으로 16개월 내 6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2년 차 주가 흐름은 앞으로 몇 년간 장세를 주도할 업종을 가르는 시금석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랠리 1년 차는 대게 가장 주가 많이 떨어진 종목의 반등 폭이 높기 마련이다. 지난 1년간 랠리의 최대 수혜주는 단연 금융주다. 다우지수 상승률 1~3위까지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ㆍ358%), 아메리칸익스프레스(285%), JP모건(169%) 등 죄다 금융주다. 마켓워치는 1년 차 랠리 상승폭이 금융, 소재, 제조, 기술, 소비재, 통신, 유틸리티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분석하면서 2년 차에는 금융주 보다는 제조ㆍ기술ㆍ소비업종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