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의 일부 금융회사들의 대출 평균 금리가 지난 6월 이후 한 달 새 3%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이 대출모집수수료 상한제를 실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대출모집수수료는 금융회사의 대출을 알선해주는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로부터 받아가는 수수료다. 금융회사의 대출모집인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대출모집인에 대한 의존도는 국내 은행이 13%인데 비해 외국계 은행은 50%에 육박한다. 생명보험회사ㆍ할부금융회사ㆍ저축은행(신용대출) 등은 신규 가계대출의 80% 이상을 모집인에 의존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대출모집인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 은행ㆍ보험ㆍ저축은행ㆍ카드ㆍ캐피털 등 금융권을 총망라하면 모집인은 10만명은 넘을 것 같다. 이제 금융회사 주변에서 대출모집인ㆍ보험설계사ㆍ투자권유대행인 등은 대규모 직업군이 됐으며 일자리 증대에도 나름 기여하는 셈이니 이들을 무작정 핍박하기도 어렵다.
대출모집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모집인을 사칭하며 저신용 등급자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상품을 허위 또는 과장광고를 하거나 불법 전단지 배포, 수수료 과다 요구, 다단계 모집 등 부당 영업행위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감독 당국의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율의 대출모집수수료가 서민 대출 이용자들에게 고금리 대출로 전가되는 것이다.
모집수수료가 과다하고 이것이 서민대출의 고금리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일자 금융 당국은 지난 6월부터 대출금액의 5% 이상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수료 상한제를 실시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그동안 10% 안팎의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왔는데 이번에 수수료상한제가 실시되면서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회에서는 대출최고이자율을 현행 39%에서 30%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심의 중이다. 모집수수료 및 대출이자 상한제가 대출금리를 낮춘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대출시장에 불완전성과 비능률이 고금리를 유발한다면 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금리와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서 결정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대출모집인은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대출중개를 해서 비용을 절약하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 가령 금융회사 정규직 직원이 대출모집을 할 경우 높은 임금 때문에 대출모집수수료보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대출모집 기능이 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아웃소싱을 주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볼 때 대출모집인은 금융회사의 비정규직이나 파견근로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내에 비정규직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비용절약을 위해 대출모집인의 의존도가 늘어나는 것 아닐까. 높은 모집수수료는 금융회사의 고임금과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한다. 따라서 대출모집수수료가 높아서 대출금리가 높다기보다 대출금리의 고비용 구조가 수수료를 높이는 것이라고 하겠다.
금융이 발달하면 금융구조가 중층화(重層化)된다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대출모집인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크게 금융시장의 능률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대출모집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금융회사가 본연의 기능이 취약하고 비능률적인 고비용 구조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대출모집수수료를 상한 규제하기보다 근본적으로 금융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경우 금융회사들은 스스로 위험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 고객에게 직접 대출을 늘려나가면 서민들의 대출금리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안이하게 대출모집인에 의뢰해서 외형 경쟁을 벌이기보다 대출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부 금융사들이 '묻지마 대출'을 일삼고 그에 따른 부실증가를 고금리로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악순환은 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