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의 이중잣대

SK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출국금지돼 있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 지난 9월 초 검찰이 아무런 법적인 절차 없이 출국금지를 일시해제, 러시아를 다녀오도록 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최씨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판단 아래 수사검사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출국금지를 풀어줬고 또 청와대 등의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다.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검찰이 정해진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법률을 해석한 것이다. 그 동안 외쳐온 검찰권 독립 주장을 무색하게 하면서 스스로 독립의지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라도 검찰이 그렇게 판단 했을까. 검찰의 최씨에 대한 태도는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사업상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한 것을 막은 사실과 확연히 대비된다. 지난 9월말 검찰은 손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일시 해제를 거부했다. 손 회장이 비록 이번 비자금 사건의 중심인물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으로서 해외도피나 장기체류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손 회장은 세계최대의 경제전쟁터이자 우리나라 경제의 충분조건인 중국을 방문, 진출기업들을 진두지휘할 예정이었다. 경제인에게 예외를 허용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지난 6월 당시 `대북송금` 특검은 출국금지 상태였던 고 정몽헌 회장 등의 방북을 위한 출금해제 요청을 허용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는 통일부 등 관계기관들의 의견조율과 `출금해제 요청서` 등 절차를 거친 후였다. 검찰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가지려면 행동하기에 앞서 분명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이는 어려운 경제를 생각해 경제인들에게 특혜를 줘라는 얘기만은 아니다. 최 전 비서관이든 손 회장이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검찰도 경제와 사회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게 꼭 `정치검찰`을 주문하는 것일까. <최수문기자(사회부) chsm@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