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와 박현주, 그리고 윤윤수.
세기의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딪는 자리인 점을 반영하듯 주역들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특히 주인공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M&A를 이제 알 것 같다"며 인수자금 조달 과정에서의 마음 고생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 참석한 뒤 한 달여 만에 공식행사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얼굴도 한층 밝았다.
산업은행이 매수자 문사로서 자문을 맡아 총 인수자금 12억2,500만달러 가운데 7억달러(운영자금 1억달러 포함)의 인수금융을 주선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 되도록 큰 역할을 한 데 대한 만족감도 상당한 듯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타이틀리스트ㆍ풋조이(어큐시네트) 인수금융 계약 체결식 참석 여부도 이날 아침에야 결정을 했다고 한다. 우리금융인수에 실패한 뒤 공식행사 참석이 그만큼 부담됐던 셈이다.
그간의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박 회장은 강 회장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회장은 "타이틀리스트 인수에서 미래에셋이 한 역할은 '주인'보다는 '손님'에 가깝다"면서 "딜을 완성한 사람은 강 회장"이라고 말했다. 또 "큰 딜이라 미래에셋이 과연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강만수 회장께서 결단을 내려 인수금융을 맡아준 것이 계기가 됐고 우리는 대행(Sourcingㆍ소싱)했을 따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했다. 박 회장은 이어 "M&A를 이제 알 것 같다. 국외투자가가 한꺼번에 5억달러 투자를 제안했지만 거절하고 국내 자금으로 채우려고 노력했다"고 그간의 자금조달 과정을 살짝 털어놓았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이번 딜은 미래에셋의 인수 제안에서 시작됐고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 간 M&A 차원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협력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회장도 덕담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강 회장은 "박 회장과 윤 회장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번 인수전은 대한민국 컨소시엄의 승리"라고 운을 뗐다. 그 뒤 "윤 회장은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장본인이다. 타이틀리스트 인수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치켜세웠고 "박 회장은 과감한 결단으로 딜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1985년 뉴욕에서 골프를 배울 때 풋조이 신발을 갖고 싶었다. 300달러로 비싸 포기했던 그 신발 브랜드 풋조이를 인수하게 돼 개인적으로 의미가 새롭다"면서 "7억달러 투자에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일이 일어났다"고 소감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