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라운드를 나갔던 A씨는 거래처 임원인 B씨에게 적잖이 실망했다. 평소 신사적인 풍모와 행동으로 호감을 줬던 B씨였지만 골프장에선 달랐다. 툭하면 클럽으로 땅을 치며 화풀이를 하고 화가 난 표정으로 말도 하지 않아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프로골퍼 가운데도 거친 언행이나 기행으로 대표적인 ‘매너 스포츠’에 흠집을 내는 악동들이 더러 있다. 혹시 나는 동반자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내 인격을 드러내는 골퍼가 아닌지 타산지석으로 삼는 건 어떨까. 두 차례 메이저대회 우승보다는 ‘괴짜 행동’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은 존 댈리(45ㆍ미국)가 또 사고를 쳤다. 24일(한국시간) 열린 유럽프로골프 투어 오스트리아 오픈 2라운드 도중 볼의 드롭 지점을 놓고 경기위원과 말다툼을 벌이다 경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린 것. 댈리는 15번홀(파3) 티샷이 물에 빠지자 클럽을 연못에 던지며 성질을 참지 못했다. 이후 1벌타를 받고 친 세번째 샷은 방송 중계용 타워 아래로 들어갔다. 댈리는 볼을 드롭한 뒤 이 홀을 마쳤으나 앤디 맥피 경기위원이 다가와 2벌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중계 타워는 벌타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인공 장애물이지만 드롭 위치가 잘못됐던 것. 댈리는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여기까지 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동반자인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와 악수한 뒤 골프장을 떠났다. 댈리는 음주와 흡연, 도박 등 온갖 기행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로부터 6차례 근신 조치와 21차례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2008년 호주 오픈 1라운드 때는 갤러리가 들고 있던 카메라를 빼앗아 가까이 있던 나무에 집어 던지기도 했다. 로리 사바티니(35ㆍ남아공)는 폭군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2월 PGA 투어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는 10대인 한 자원봉사자가 볼을 찾기 쉽도록 빈 페트병을 볼 옆에 놓아두자 사바티니는 자신의 볼을 건드렸다고 생각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2개월 뒤 취리히 클래식에서는 동반자인 숀 오헤어(29ㆍ미국)와 말다툼 끝에 몸싸움까지 갈 뻔했고 2005년 부즈앨런 클래식에서는 동반자의 플레이 속도가 느리다며 플레이 순서를 무시하고 먼저 다음 홀로 이동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뛰어난 성적 덕에 신경질적인 행동의 면죄부를 받았던 타이거 우즈(미국)도 지난해 말 두바이데저트 클래식 4라운드 도중 그린에서 침을 뱉은 장면이 TV에 잡혀 유럽 투어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유럽 2부 투어 대회에 출전한 엘리엇 솔트먼(스코틀랜드)이라는 선수는 그린에서 마커로 볼 위치를 표시할 때 슬쩍 홀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속칭 ‘동전치기’를 하다 들켜 3개월 출전정지를 당했다. 국내에서도 한 유명 여자선수가 2008년 대회에서 드롭과 관련해 경기위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격하게 화를 내 2년 출전정지와 벌금 2,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지난해 국내의 한 남자 프로대회에서는 고의로 스코어를 잘못 적은 2명이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