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경제성장률 7%, 소득 4만달러, 세계7대 경제대국)’ 같은 거시지표 대신 고용률을 모든 경제정책의 중심에 둘 것을 강조했다. 10ㆍ26 재보궐선거 이후 첫 행보에서 청년층의 주된 고민인 고용을 화두로 꺼내는 동시에 현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운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연 ‘국민 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 세미나’에서 “이제는 거시지표보다 한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하고 각자 타고난 소질과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뒷받침해야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며 “앞으로 고용률을 우리 경제정책의 중심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이 600만명을 넘었고 국민이 겪는 어려움은 점점 커지는데 현장에서 들으면 지금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예산을 늘리고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지만 국민체감도가 낮고 효과도 크지 않으며 정작 지원이 필요한 분이 제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정부가 자녀 유무에 상관없이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이들이 확실하게 취업할 때까지 지원을 유지하는 등의 5가지 원칙도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이날 발제문에서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에 국가가 더욱 효율적인 `맞춤형 지원'을 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며 이들의 직업훈련과 취업과정에서 국가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복지체계 개편안을 제의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차상위계층의 범위를 `중위소득 50%'로 넓혀 현재의 165만명보다 131만명 많은 296만명으로 확대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통합급여체계를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하며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 개편하는 내용 등이다. 이를 위해 현재보다 3조~5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안종범 교수는 “모든 정책을 고용복지에 집중한 것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과 관련해서도 ▦고용-훈련-복지가 연계되는 맞춤형 원스톱 통합 서비스 제공 ▦유사한 프로그램들과 재정지출을 고용보험사업에 `구직자 맞춤형 취업지원사업'으로 체계화 ▦조건부 `취업활동수당' 도입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5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얼굴을 비쳤다. 박 의장은 “누구나 입을 열면 복지를 이야기하는데 복지는 (박 전 대표처럼) 책임 있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고 홍 대표는 “이날 세미나의 결과를 적극 검토해 당에서 수용할 것은 바로 당론으로 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참석한 한 한나라당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내년 예산방향을 다 짜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