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가 27일 고향이자 14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한 전남 무안ㆍ신안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다. `리틀 DJ`란 별명을 갖고 있는 한 전대표는 동교동계 핵심으로 당내 최대 계보 보스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그의 수도권 출마는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과 함께 민주당의 호남색채 탈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한편 호남 물갈이론에도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칠 수 밖에 없음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충무공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ㆍ만약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가 보전되지 못했을 것)` 문구를 인용한 뒤 “나는 영원한 호남 사람으로 호남을 떠나선 존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디서 출마하고 뭘 할건지는 당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어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부터 챙겨놓고 해야 하는데 구심점이 흔들리고 있다”고 호남 물갈이론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찬 도중 같은 음식점에 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한 전 대표를 찾아와 “큰 결단을 했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한 전 대표의 수도권 출마로 다른 호남 중진들도 한층 결단을 압박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조순형 대표는 이날 YTN에 출연, “호남에 지역구를 둔 3선 이상 중진들은 자기희생과 기득권 포기가 당을 살리는 길인 만큼 용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앞서 “한 전 대표의 수도권 진출은 고난의 길이지만 이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정치지도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한 전 대표를 추켜세웠다. 한 전 대표도 “나를 버리고 당을 살리겠다면 나도 살고 당도 살아날 것이나, 자기의 이득만을 추구하면 나도 잃고 당도 잃게 될 것이다”고 동료 중진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박상천 전 대표, 김상현 고문, 정균환 전 총무, 김태식 국회 부의장, 이협 김충조 의원 등 다른 호남 중진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진동 기자 jayd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