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57개국을 대상으로 경제위기 극복 능력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중간 수준인 29위를 기록해 ‘안정적 국가’로 꼽은 30위권 안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지난해보다 4단계 오른 27위로 평가됐으나 위기극복 능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IMD의 평가는 앞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데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ㆍ4분기 우리 경제가 전기 대비 0.1% 성장으로 돌아서 경기추락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를 낳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한국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외국 언론들도 최근에는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는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으면서 마치 우리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나 경제지표 급락세가 다소 진정되고 자산가격이 꿈틀거린다고 해서 경기가 살아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실물경제지표는 여진히 마이너스이고, 특히 투자ㆍ소비ㆍ고용 등 주요 지표의 경우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테파네 가렐리 IMD 세계경쟁력센터 소장은 “최악의 상황이 끝나는 것은 미국과 독일ㆍ중국ㆍ일본 등의 수출대국들이 좋은 실적을 낼 때”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본은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2%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ㆍ중국 등도 수출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대국들의 수출과 경기부진은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최근 원화환율마저 하향세를 보여 환율효과가 사라지면 우리 경제는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 자만에 빠질 것이 아니라 위기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을 서둘러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부실ㆍ우량기업의 옥석을 가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단기 부동자금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풍부한 유동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서비스 등 내수기반을 확충하고 노사관계 개선과 노동생산성 향상, 정부 부문의 경쟁력 제고, 외국인 투자유치 등을 통해 위기극복 능력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