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월호 참사 1주일… 되돌아봐야 할 언론 보도

어느 부자(父子)가 당나귀를 앞세워 길을 걷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주위 사람들이 말했다. "멍청한 사람들이군. 당나귀를 모시고 가나? 타라고 있는 건데."

그러자 부자가 함께 당나귀에 올라탔다. 주위 사람이 말했다. "둘씩이나 올라타다니 말 못하는 짐승이 불쌍하지도 않나?"


이 소리에 무안해진 아들이 내리고 아버지만 타고 갔다. 어느 부인이 조롱했다. "어린 아들을 걷게 하다니 늙은이가 자기만 아는군."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 아버지가 아들을 태우고 자기는 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어느 노인네가 혀를 끌끌 찼다. "어린놈이 늙은 아비를 두고 혼자 타고 가네그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둘러싼 최근의 우리 언론상황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한 비유도 없을 것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언론사들의 오보는 말할 것도 없고 자극적·선동적 보도는 이미 도를 넘어선 상태다. 마치 광우병 쇠고기 파동 당시를 다시금 목격하는 듯하다.


언론은 마치 "이때다"라는 식으로 유가족들의 슬픔을 상업화하기에 바쁘다. 슬픔이 아니라 슬픔이 빚어내는 온갖 감정을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국민적 분노에 편승해 사고원인을 어느 한 집단, 특히 정부 탓으로만 몰아가려 한다. 말 그대로 마녀사냥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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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엄청난 재난 앞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수습할 시간을 주기는커녕 전 언론이 나서 토끼몰이 하듯 소동을 일으키며 도저히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간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타인을 위해 애쓰는 군인 등 구조대원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언론은 대한민국의 모든 기본 매뉴얼을 다시 짜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님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공무원은 물론이고 일반국민조차 그것을 제대로 숙지하거나 지키려 하지 않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한 20대 여성이 인터뷰를 자청해 주장한 "(정부 측)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는 민간 잠수부들에게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터무니없는 발언이 매스컴을 통해 여과 없이 전파를 탄 해프닝이 있었다. 언론사에 제대로 된 보도 매뉴얼이 존재했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네티즌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보는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점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선박회사나 정부의 재해구조 매뉴얼 부족을 신랄하게 꼬집으면서 정작 언론사는 재해보도 매뉴얼도, 시스템도 없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만 남발한다. 둘째, 선원 안전교육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정작 언론사는 재난보도를 교육하는 곳이 없다, 셋째, 외국 사례를 들면서 정부를 비판하는데 정작 외국 언론이랑 비교하면 우리나라 언론은 신뢰도는 없고 선동적 보도만 일삼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군인들에게 무조건 바다로 들어가라고 외치고 총리에게 병의 물을 끼얹고 정부 관리의 뺨을 때리고 애꿎은 경찰을 조롱하고, 심지어 대통령에게 "지 아버지 … 때처럼 하라"며 욕설을 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영상으로 노출된다. 설령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견딜 수 없는 슬픔을 이해한다 해도 여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든 장면들이다. 그럼에도 이를 제어하거나 걸러내려는 어떤 윤리강령도 언론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의 아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글을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오죽하면 열여덟살 난 청소년이 스스로 나서 현 한국사회의 모습에 대한 참담함을 토로하겠는가.

언론이 일제히 대서특필하고 나서자 한 네티즌이 "정몽준 의원 아들의 말이 틀렸는가, 아니면 정 의원의 아들이라서 틀린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가 아니더라도 이미 메이저 신문 사설조차 '우리는 삼류국가였다'고 자조해온 상황이다. 국민과 국가뿐이겠는가. 이쯤 해서 언론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로서 세월호 참사 1주일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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