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외국 국적의 선박들이 국내에 들어오거나 정박할 때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겁니다. 이것이 성과라면 성과지요.” 대전지검 이중재(45ㆍ사시26회ㆍ사진) 형사1부장은 최근 태안 유조선 기름유출 사건 항소심(2심)에서 허베이호의 유죄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났던 사안이라 주위에서도 반신반의 했다. 핵심 쟁점은 과연 정박중인 선박에게도 기름유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 이 부장검사은 사건을 맡으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법적쟁점이 복잡하기도 했지만, 피해 주민들을 위해 최대한 빨리 판결을 받아내겠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 부장검사는 자신이 팀장으로, 4명의 검사를 불러 팀을 꾸렸다. 최창석, 이종찬 검사는 외국사례를 연구하는 데 몰두했고, 박하영, 유경필 검사는 예인선단 및 유조선측을 담당했다. 특히 유 검사는 검찰내 해상사고 분야 전문으로, 이 부장검사가 수소문 끝에 인천지검에서 찾아내 파견을 받아 팀에 합류 시켰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기도 한 이 부장검사는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도움은 될 것 같아 미국의 대표적인 판례정보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인 웨스트로에 접속해 해외사례를 낱낱이 뒤져가며 밤낮으로 연구했다. 교수, 실무가 등 해상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도 구성해 전문가 회의를 수 차례 열고 전문적인 자료를 확보했다. 그 결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박중인 선박일지라도 사고위험에 대비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여야 한다는 판례를 찾게 됐고, 유조선의 피항조치 미흡 부분을 조목조목 입증해 공소장을 변경, 기름유출 확산에 대한 책임을 부각시켰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판 도중 유조선이 국적을 두고 있는 인도는 법무부 등에 “1심에서 무죄가 난 자국 선장 등을 왜 출국금지 시키냐”, “인도 정부가 보증을 설 테니 출국을 허가하라”며 연일 탄원서를 제출해 수사팀이 심리적 압박을 받기도 했다. “삼성(해상크레인)과 짜고 유조선측에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는 악성 루머에도 시달리는 등 마음고생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 부장검사는 이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난생 처음 맡아본” 해상 선박사고 사건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 만족해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조선 선원의 당직소홀, 선장의 사고회피동작 소홀 등의 잘못에 대해 법원이 엄벌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 해역에 입항하는 외국 유조선들에게 상당한 경각심을 일깨운 준 게 작은 성과”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