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변혁의 국제금융시장] 2. 24시간 움직이는 금융시스템

[대변혁의 국제금융시장] 2. 24시간 움직이는 금융시스템 '잠들지 않는 증시' 세계가 實시간 波長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10시(미 동부시간). 미 연방대법원이 대선 수개표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을 끝내며 공화당 조지 W. 부시의 손을 들어주자 야간 거래중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주가선물지수가 한때 90포인트를 넘어가는 등 초 강세를 보였다. 같은 시간 미 선물지수상승을 확인한 아시아 각국 증시가 약세에서 일제히 강한 반등장으로 돌변했다. 장 마감후에도 끊임없이 거래되는 24시간 거래가 미치는 세계적 파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관련기사 세계 증권시장은 새로운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 혁명의 키워드는 24시간이다. 이제 24시간 거래는 선진증시의 일상이 되었다. 따라서 이제 세계증시는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길거리 편의점같이 24시간 문을 여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 증시의 24시간 거래는 자국의 주식거래뿐만아니라 세계각국 증시에 실시간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자리잡은 오버나이트 트레이딩 = 증시 마감후 시작되는 미ㆍ유럽 선물시장의 오버나이트 트레이딩은 80년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통해 시작됐다. 이 같은 기술 발달로 선물거래소는 주요업무를 자동화 할 수 있었으며 이 같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소수의 인원으로 밤새 거래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최초의 24시간 거래체제를 구축한 곳은 영국의 런던선물거래소(LIFFE)로, 1989년에 이 같은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발달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등 미국 증시가 이 같은 체제를 구축하면서부터다. 또 지나달 15일 미 의회는 런던선물거래소 등 유럽증시에 이어 18년간 금지해온 개별종목에 대한 선물거래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이제 지수선물 뿐만 아니라 개별종목에 대한 선물거래도 가능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개별종목에 대한 선물거래가 허용됨에 따라 시시각각 알려지는 기업관련 정보가 선물시장에 곧바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 ECN, 나스닥까지 위협=전문가들이 선물시장보다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전자주식거래네트워크(ECN)다. 지난해 후반부터 거래가 급증하기 시작한 ECN은 한마디로 온라인상에 설립된 가상증권거래소. 현재 미국에서는 인스티넷ㆍ아일랜드 등 10여개의 이 같은 ECN이 운용되고 있다. ECN은 주식의 매매주문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증권거래소와 동일하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나스닥이 폐장된 이후에도 시간외 거래를 통해 24시간 주식 거래를 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현재 ECN을 통한 주식거래는 나스닥 주식 전체 거래량의 34%, 거래대금의 4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 같은 ECN의 영향력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현재는 증권거래소의 거래를 보완하고 있지만 언젠가를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많은 상태다. 특히 미국의 ECN은 세계시장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9월 애플사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발표되자 ECN을 통한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의 주가가 50%나 폭락했다. 이 같은 폭락은 즉각 아시아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컴퓨터 관련 주의 하락을 가져왔다. ◇새로운 경향=이 같은 24시간 거래시스템의 구축에 따라 기관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은 밤을 잊은 채 시황을 주목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시장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국제펀드들이 포트폴리오를 지역별 구성에서 종목별 구성으로 바꾸고 있다.펀드의 펀드매니저인 제임스 버핏은 "애널리스트가 반도체 가격 하락을 예측할 경우 미국의 시간외 거래는 물론 아시아 현물 시장에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함께 하락하락 한다"며 "종목별 구성이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훨씬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많은 펀드들이 이 같은 경향을 따라 포트폴리로를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이 같은 24시간 거래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쿄증시는 최근 미 최대 ECN거래사인 인스티넷을 회원사로 등록시키는 등 이 같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증권거래소의 박창배 이사장도 올해 2001년 증권거래소 개장식 일성으로 이 같은 24시간 체제 구축을 강조하며 올해안에 이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길수 증권거래소 조사국제부 과장은 이와 관련 "법적으로 허용만 된다면 현 증권거래소의 전산시스템으로 언제든지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계증시의 흐름에 따라 향후 24시간 거래 체제의 일상화와 함께 각 증시가 실시간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뒤쳐지는 증시 또는 투자자들은 자연 도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같은 변화의 또 다른 단면 일 것이란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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