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로 나온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한국 액션영화 대부'의 작품 정통무협+로맨스 "재미만점"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hjpark@koreatimes.com 한국 액션영화의 대부라고 일컬어지는 베테랑 정창화 감독이 홍콩에서 연출해 미국 등 세계적으로 히트한 1973년작 무협영화 '죽음의 다섯 손가락 (Five Fingers of Death)'이 DVD로 나왔다. 정 감독은 김기덕, 홍상수와 박찬욱 감독 이전에 이미 이름을 세계에 알려 한국 영화 세계화의 길잡이를 한 사람이다. 홍콩의 무협영화 제작의 1인자였던 쇼 브라더스가 제작한 '죽음의 다섯 손가락'의 홍콩 영어제목은 '킹 박서(King Boxer) '. 한자로는 '천하 제일권(天下第一拳)'이다. 이 영화는 무술에 탁월한 실력을 지닌 젊은이가 피나는 노력 끝에 수많은 라이벌들의 방해를 극복하고 중국 최고의 무술시합에서 승리한다는 이야기다. 기자는 현재 남가주 라호야에 살고 있는 정 감독과 지면이 있어 최근 이 영화에 관해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정 감독은 "이 영화는 액션 뿐만이 아니라 주제와 이야기로 먼저 관객에게 감명을 주고 거기에 새로움과 신비감을 더한 영화로 만들려 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액션이 넘치면서도 이야기가 다채롭다. 훌륭한 사부의 지도로 젊은이가 시련을 이기고 출중한 무협인이 된다는 정통 무협영화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의리와 충성과 배신 그리고 복수와 대혈전이 이어지는데 여기에 가무와 로맨스까지 곁들여져 재미 만점이다. 영화를 보면 정 감독이 크게 감동을 받았다는 조지 스티븐스의 웨스턴 '셰인'을 연상케 하는 장면과 내용이 엿보인다. 정 감독은 '셰인'에서 여러 영화적 테크닉과 함께 스토리 텔링이 탄탄한 서부 영화의 본보기를 발견했었다고 말했다. 1966년에 만든 한·홍 합작영화 '순간은 영원히 (Special Agent X7)'를 본 쇼 브라더스 사장 란란 쇼에 의해 정감독은 전속감독으로 영입됐다. 그는 "당시 홍콩 감독들은 무협영화는 잘 만들었지만 진정한 액션영화를 만들 만한 감독이 없었다"면서 "란란 쇼는 내가 현대 액션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 나를 불렀다"고 기억했다. 당시의 홍콩영화는 칼이나 창을 쓰는 영화가 대부분이었고 또 단조로운 기법으로 인해 대중들이 식상함을 느낄 때였다. 정감독은 당시 작품기획을 위해 중국 고대 무술서적을 보다가 동물의 생존기법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영화는 동남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했는데 영화를 수입한 미국의 워너 브라더스가 1973년 3월 이 영화를 전 미국에서 개봉, 대작들을 누르고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죽음의 다섯 손가락'은 정 감독이 쇼 브라더스사에서 만든 6번째 영화로 첫 번째 작품인 '천면마녀'는 유럽으로 수출된 최초의 홍콩영화다. 그는 홍콩에서 만든 11편의 영화를 포함, 총 53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중 30편이 액션영화였다. 그래서 본인도 " '액션영화의 대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서 "내가 심혈을 기울여 액션영화에 일생을 바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말했다. 정 감독은 지난 12일 열린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직을 맡아 현재 한국에 체류중이다. 입력시간 : 2007/07/24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