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나서 연일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재건축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 8ㆍ21대책으로 안전진단이 손쉬워졌고 조합원 지분양도도 가능해졌지만 추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정부의 ‘입’만 바라본 채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해 재건축 사업계획 승인 건수는 참여정부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핵심규제 완화될까=정부가 8ㆍ21대책을 통해 재건축 규제를 어느 정도 풀었지만 시장은 성이 차지 않는 분위기다. 가장 핵심적인 규제인 재건축이익 환수제도의 완화 또는 폐지와 용적률 완화 등의 조치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재건축 시장은 가격폭락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어떤 식으로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 각종 규제로 사업 진척이 늦어지면서 ‘피로감’이 누적돼 몇달째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사업장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요지부동이다. 국토부가 제기하는 문제는 재건축ㆍ재개발 공급 효과인데 재건축은 실제로 늘어나는 가구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ㆍ재건축을 추진해도 공급은 30%밖에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용적률 상향 조정과 소형ㆍ임대 의무비율은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재건축 사업승인도 ‘바닥’=11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에 재건축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아파트 단지는 49개에 불과했다. 이들 단지의 기존주택은 1만4,945가구이며 재건축 이후 공급될 가구는 2만1,022가구이다. 이는 단지 수와 신규공급가구수 기준으로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참여정부 첫해이던 2003년의 경우 7월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앞당겨 승인받은 단지가 많았던 탓에 340개 단지, 9만2,397가구가 승인을 받았다. 2004년에는 88개 단지에서 5만5,734가구, 2005년에는 112개 단지의 6만2,684가구, 2006년에는 115개 단지, 5만3,579가구가 사업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사업계획승인 물량이 급감한 것은 참여정부가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재건축을 지목하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익성이 없어지자 재건축 단지들이 절차를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에 대한 규제로 인해 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건축 규제가 재건축을 통한 공급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해제 바람직”=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완급조절을 통한 단계적 해제를 주문했다. 규제완화가 투기 열풍의 방아쇠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특히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에 포커스를 맞추고 규제완화 시기를 노리는 투기수요가 상당하다”며 “소형ㆍ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및 용적률 향상 등의 조치가 한꺼번에 발표된다면 강남 집값을 다시 한번 뒤흔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완화와 동시에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극심한 지분쪼개기로 인해 신규공급 가구수가 조합원 수보다 적은 1대1 재개발마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초에 의도한 공급 활성화 대신 투기꾼들만 배를 불리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현 상황에서 재건축 및 재개발을 통한 공급확대 효과는 미미하다”며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주요 신규 주택 공급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