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전쟁입니다. 수입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춰보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원자재 가격 폭등은 물량부족에다 해상운임 인상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담당자들이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1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수입업체들은 결제방식의 변경 또는 선물거래를 통한 조기 물량 확보 등 구매 패턴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원자재의 경우 가격 불문하고 물량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주요인 중 하나가 해상운임 인상이어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강제품의 원재료인 슬래브와 고철을 대량 수입하는 동국제강은 해상운임과 스케줄 변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당부서 관계자들은 “공급이 워낙 부족해 일단 물량부터 확보하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라고 한다. 그는 “배를 직접 잡아야 하는 FOB(본선 인도) 방식의 수입보다는 수출업자가 운송까지 책임지는 CIF(도착항 인도)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또 선사와 계약할 때는 매일 같이 오른 운임 때문에 가능한 장기 운송 계약을 맺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납은 주요 원자재 가운데 가격상승폭(지난해 9월 대비 133% 상승)이 가장 큰 품목. 배터리 생산업체인 ㈜세방전지의 한 관계자는 “올초까지만 해도 선물거래를 통해 필요한 물량을 조기에 확보했다”며 “지금은 전문가들이 전망하기 힘들 정도로 상승폭이 커 선물거래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납은 물량을 구하기 힘들어 수급안정을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곡물가격 급등도 새로운 골칫거리다. 식용유나 비누의 원재료로 쓰이는 팜유의 가격은 전년 대비 76%도 인상됐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수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해 활용해본 것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가격하락을 기대하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구매 단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전했다. 원자재 품귀는 지금이 피크가 아니라 앞으로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수입업협회가 매월 발표하는 수입 원자재 가격 지수인 코이마지수(95년 12월 100포인트 기준)는 지난 9월 272.2포인트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철홍 수입업협회 대리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등 관련 화학제품 가격도 동반상승하고 있다”며 “철강재 및 곡물 시장의 강세도 지속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