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대단한 반골이야

제3보(37~48)



이세돌이 흑37로 빳빳하게 뻗자 검토실의 서봉수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곳에 뻗을 이유가 있단 말이야? 팍 씌워버리면 흑이 사경을 헤맬 것 같은데…." 참고도1의 백1로 씌우면 상변의 흑 3점이 살 수가 있느냐는 얘기였다. 서봉수는 흑2 이하 백13을 주르륵 놓아보였다. 흑이 망하는 그림이었다. 복기 때 서봉수가 이 그림을 제시하자 대국자 두 사람은 그저 웃기만했다. 박영훈은 흑이 상변에서 둥지를 틀고 살면 백이 도리어 역습을 받을 염려가 있어서 이 코스로 가지 않았던 듯하다. "구태여 그렇게 급한 공격을 하지 않아도 돌의 흐름이 백에게 괜찮아 보입니다."(백대현) 백대현이 사이버오로의 생중계 사이트에 올린 예상도는 참고도2의 백1 이하 15까지었다. 이 코스는 백이 좌변의 실리도 쏠쏠하고 중원의 세력도 두툼하여 만족이다. 이세돌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수순을 슬그머니 비틀었다. 흑41로 좌변부터 차지하고 본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백42는 쟁탈의 급소가 되는데 이세돌은 그곳을 외면하고 흑45로 선제공격에 나섰다. "여하튼 이세돌은 대단한 반골이야. 상대가 원하는 코스로는 절대로 두어 주질 않아."(서봉수) 백48은 일단 이렇게 차단하고 싶은 자리. 이곳을 흑이 점령하면 우상귀의 실리도 엄청나게 크고 상변의 흑이 쫓길 염려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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