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족의 역사가 국민의 현명한 결단 고대“

김대중 대통령은 14일 오전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면서 "다만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의 평화와 국익을 위해서 한 충정을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며 모처럼 얻은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국익발전의 기회를 훼손하지 않도록 관대한 아량으로 협력을 아끼지 말아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대통령은 "현대는 대북 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 전력, 통신, 관광, 개성공단 등 7대 사업권을 얻었으며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이것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정부는 진상을 밝혀야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치게 되어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이번의 경우도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민족이 서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살면서 통일에의 희망을 일구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충정에서 행해진 것 "이라면서 정치권에게도 각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뒤 "민족의 역사가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결단을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담화 전문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새해에 국민 여러분의 만복을 다시 한번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제가 가장 갈망한 것은 원만하게 임기를 마치고 물러가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국민들도 그러한 기대를 표시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최근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하여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도 참담하고 가슴 아픈 심정일 뿐입니다. 저는 최근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비의 대상이 되자 남북관계와 국가이익을 위해서 법적 추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원과 검찰도 같은 취지에서 법적 책임 추궁을 유보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어 국민 여러분을 혼란케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부득이 그간의 경위를 국민 여러분께 보고말씀 드리고,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을 바라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추진과정에서 이미 북한 당국과 많은 접촉이 있던 현대 측의 협조를 받았습니다. 현대는 대북 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 전력, 통신, 관광, 개성공단 등 7대 사업권을 얻었습니다.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것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정부는 진상을 밝혀야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햇볕정책은 일부 비판도 있습니다만, 여러가지 성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이러한 긴장완화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성공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과거 50년간의 총계보다 2.5배나 유치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우리의 기업과 국민들도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해 왔습니다. 한편 북한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에 대한 적대와 증오로부터 이제 이해와 동경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부산아시안게임 때 우리는 이를 실감했습니다. 최근에 우리는 58년만에 휴전선을 넘어서 육로관광을 시작했습니다. 개성공단, 남북철도 연결 등 북한경제를 우리 경제의 영향 속에서 발전시키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북한 정권은 법적으로 말하면 반국가단체입니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엄중한 처벌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 북한에 대하여 한편으로는 안보를 튼튼히 하고 한편으로는 화해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그리고 북의 폐쇄성 때문에,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동서독의 협력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의 경우도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민족이 서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살면서 통일에의 희망을 일구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충정에서 행해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습니다. 다만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의 평화와 국익을 위해서 한 충정을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그리고 모처럼 얻은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국익발전의 기회를 훼손하지 않도록 관대한 아량으로 협력을 아끼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여야 정치인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북핵문제가 심각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때입니다. 우리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이라크 전쟁도 임박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가능한 소상하게 국민들께 말씀드린 만큼, 여러분께서는 국익을 위해서 각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결정에 남북관계의 미래와 민족과 국가의 큰 이해가 달려있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께 심려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의 애국적인 판단과 이해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민족의 역사가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결단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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