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가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는 대가로 내는 요금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될까.
최근 인터넷종량제 논란이 벌어지자 ‘적정한 초고속 인터넷 요금이 얼마일까’, ‘도대체 지금 내고 있는 요금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변재일(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창기 초고속인터넷 요금을 산정한 일화를 소개했다.
서비스 보급을 준비하던 지난 90년대초 KT가 적정 요금으로 제시했던 액수는 월 12만원이었다. 이 같은 액수도 월정액 3만~4만원에 사용한 만큼 부담하는 종량제 방식의 요금 13만원을 합한 17만원에서 한 발 양보한 것이었다.
KT가 이 같은 요금 산정방식을 제시하자 정통부는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비싼 요금으로는 도저히 서비스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고민 끝에 당시 가구당 평균 소득으로 부담할 수 있는 요금이 얼마인지 역산(逆算)해 줄 것을 한국전산원의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액수가 월 4만원이었다.
정통부는 KT에 월 4만원씩 요금을 받아 수지를 맞추려면 가입자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하는 지를 되물었다. KT는 “최소한 288만 명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답했다. 당시로서는 상상 조차 하기 어려운 가입자 숫자였다.
정통부는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KT를 압박했고, 볼멘 소리를 하는 KT를 달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활성화 대책이 바로 ‘국민형 PC’보급이었다. 정통부는 인터넷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교육부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인터넷 관련 숙제를 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던 와중에 기대치 못했던 원군도 가세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여성 탤런트의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였다. 인터넷에서 그녀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떠돌자 PC수요는 폭발했고 인터넷 가입자도 폭증했다.
여기에 스타크래프트 열풍까지 가세하자 초고속인터넷은 날개를 달았다. 게임 열풍이 불면서 PC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초고속 인터넷가입자는 봇물 터지듯 늘어났다.
월 2만~4만원의 초고속 인터넷 요금은 이 같은 우여곡절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종량제를 향한 KT의 의지는 초고속 인터넷 도입 당시부터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