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유치여부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묻기 위해 핵반대 대책위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부안군민 주민투표가 오늘 실시된다. 이에 앞서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부안군과 유치찬성 단체가 제기한 `주민투표 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해 주민투표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가 사적인 주민투표로 투표결과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시행을 인정한다 뿐이지 사실상 무효인 주민투표라는 얘기다.
국책사업의 시행여부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라면 찬반 양측이 합의 하에 실시되는 것이 마땅하다. 양측은 당초 그런 방향으로 협상을 시도했으나 실시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반대측이 일방적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다.
방폐장 유치반대측은 가급적 시기를 빨리 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이는 반대분위기가 식기 전에 실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반면, 찬성측은 반대주민들의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실시하자는 입장이었다. 부안군수의 방폐장 유치 발표이후 부안에서 벌어졌던 민란수준의 시위사태를 생각한다면 양측의 이 같은 입장차는 충분히 이해 될만한 것이나 일방적인 투표강행은 유감스러운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실시 주체가 반대측이어서 반대의견이 우세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투표 추진 단체들은 투표율이 3분의1에 못 미치면 어느 한쪽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키로 했다고 하는데 사안의 중요성으로 미루어 유효투표율을 과반수로 잡아야 하리라고 본다. 과반수 이상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주민의사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이번 투표에서 유치반대가 주민의사로 확인 된다면 정부도 부안을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물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효력을 갖는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 같은 투표는 주민투표법이 발효되는 7월30일 이후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의 사적인 주민투표 결과가 공적 주민투표를 거부 또는 반대하는 구실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남은 일은 투개표 과정에서 공정성과 자유 분위기를 보장하는 것이다. 투표를 강요하는 위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나 그런 일은 투표결과의 신뢰도를 위해서도 있어선 안 된다. 비록 법적으론 무효지만 절차상으로나마 유효한 투표가 되기를 바란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