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백이 반면으로 앞섰다

제5보(53∼68)



흑53으로 또 보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참고도1의 흑1에 엄습하고 싶지만 백2로 간단히 축에 걸린다. 백은 54로 모양좋게 벌려 무난히 살았다. 남의 집 안방을 점령하고 그야말로 떵떵거리며 살았다. 백54가 놓이는 순간 실리의 균형은 완전히 깨졌다. 흑55는 시급한 침입. 중원 방면의 흑이 두터워졌으므로 이 침입은 전술적 가치가 크다. 실속을 파먹고 나서 외곽의 백 전체를 곤마로 만들어 공격할 수만 있다면 흑도 약간의 희망은 품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세돌도 그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백56,58로 단단하게 받고 있다. 백58로 참고도2의 백1에 받는 것은 무리. 흑2 이하 16의 사석작전에 걸려들면 백의 우세는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 강동윤은 흑67까지 백의 세력권에서 거뜬히 삶을 확보했다. 여기서 이세돌의 백68이 등장했다. "멋진 감각입니다. 상식의 굴레를 벗어던진 자유로운 감각입니다. 이것으로 상변의 백진에 30집 이상의 실리를 기약할 수 있게 됐어요."(목진석) "하지만 좌하귀 방면의 백이 너무 허술하지 않은가. 그쪽을 보강하는 것이 정수는 정수겠지?"(필자) "그 방면은 잡히지만 않으면 된다는 얘기지요."(목진석) 백68이 놓인 시점에서 형세판단을 해보면 백이 반면으로도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흑의 다음 작전은 너무도 간단하게 된다. 무조건 미친 듯이 판을 흔들어볼 수밖에. 어디서부터 흔들기를 시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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