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최모(62) 씨는 지하철 수유역 인근에 사두었던 소형 오피스텔을 팔기로 결심했다. 처음 살 때만 해도 프리미엄과 매월 일정한 임대수익을 기대했지만, 입주가 시작된 뒤에도 프리미엄은 커녕 세금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등기비용이 아까워 잔금도 미룬 채 사는 사람이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정부의 단속방침이 발표되면서 입주가 진행 중인 오피스텔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분양권 매물이 쌓이고 있다. 오피스텔 시장은 이미 경기위축에다 공급과잉으로 침체된 상태였는데 이번 주거용 오피스텔 과세 방침으로 손해를 보고도 팔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일수록, 지은 지 오래된 것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29일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구로구 구로동 ‘SK허브수’ 오피스텔 30평형은 분양가보다 2,000만원 낮은 1억3,600만원에 나왔지만 매수 문의가 없다. 이 오피스텔은 지난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 규모(940실)도 크고 지하철 구일역과도 가깝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 전 구일역과 구로역 일대에 한창 오피스텔 투자가 인기를 끌 때 분양 받았다가 지금 와서 임대도 안 되고 팔리지도 않아 골치를 썩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브라운스톤중계’는 9월부터 입주가 진행 중이지만 분양가에서 2,000만원 정도 가격이 빠졌다. 24평형 11층 로열층의 경우 1억9,700만원에서 1억7,000만원 대까지 내려갔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등기이전을 하면 취ㆍ등록세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잔금미납 상태에서 분양권 매매가 되길 기다리지만 중개하는 입장에서도 오피스텔 매입을 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오피스텔의 경우 투자를 위한 구입이 많아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기를 마냥 미루다간 오히려 가산세 부담을 추가로 떠안을 수 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당해 년도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잔금 일정을 조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최근 정부는 잔금납부 시점이 아닌 임시사용승인 시점을 사실상 취득시점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 잘못하면 연체이자와 가산세를 모두 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