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회계검사’ 국회이관을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감사원 회계검사기능의 국회이관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21일 국회의장이 참석한 청와대 만찬모임에서 감사원 회계검사기능의 국회이관 문제가 논의되었고 4월2일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있었다. 3월28일에 있었던 감사원의 업무보고에서도 회계검사기능의 국회이관이 국회의 재정통제 기능의 강화와 행정부의 권력집중완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국회의 재정통제권은 입법권과 함께 국회기능의 2대 지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의회와 비교해 볼 때 이러한 재정통제권을 국회가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가 예산을 충실히 심사하기 위한 심사기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결산의 전제가 되는 회계검사기능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에 부여돼 있다. 회계검사는 결산을 위한 한 과정으로서 결산을 제대로 해야 과거의 재정집행에 대한 정보가 다음연도 예산안 심의에 제대로 반영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ㆍ영국ㆍ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위해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되는 회계검사원을 의회 내에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회계검사기능의 국회이관 논의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다. 궁극적으로 감사원 회계검사기능의 완전한 국회이관은 헌법 개정사항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그 준비를 위해 현행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국회 결산심의 등의 내실화를 위한 회계검사기능의 수행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안으로 감사원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난 2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감사원에 대한 감사청구 등 국회지원 요청에 적극 협력하는 것을 첫번째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예ㆍ결산 심의, 국정감사 등 국회의 국정심의를 위한 감사청구가 수시로 제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회 감사청구와 인력ㆍ시설ㆍ장비요청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감사원에 국회감사청구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감사원이 행정부 내에 그대로 있으면서 기구확대만을 초래할 뿐이고 감사원 회계검사기능의 국회이관이 논의된 본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감사원 회계검사기능의 국회이관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헌법개정 전이라 하더라도 결산과정의 전제가 되는 회계검사를 국회가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헌법개정 전 감사원 회계검사기능의 국회이관에 대한 준비방안으로 국회법을 개정해 국정조사제도의 특례로서 회계조사제도를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제도는 위원회가 결산 등에 있어 특정사안의 회계에 대한 조사를 국회직원으로 하여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조사보조를 위해 감사원에 직원파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조사책임자는 그 결과를 지체없이 위원회에 보고하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 헌법상 회계검사기능이 감사원에 부여돼 있다고 하더라도 예산에 대한 심의ㆍ확정권과 결산 등 재정에 대한 권한은 의회기능의 본래적인 것이므로, 이것이 국회가 별도의 회계검사기능을 갖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 재정심의 기능의 강화를 위해 정부산하기관의 예산 및 결산서의 제출을 법률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의 국가사업이 정부투자기관, 출연기관, 출자기관 등 다양한 형태의 정부산하기관에 의해 시행되고 있으나 예산관련 자료의 국회제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사기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 기관에 대한 자료가 정례적으로 제출되지 못함으로써 예산 중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는 출자ㆍ출연ㆍ보조금예산 등에 대한 충실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산하기관의 예산 및 결산서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감사원으로 하여금 결산검사보고시 이에 대해서도 보고하게 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회의 예ㆍ결산심의기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원 회계검사기능의 국회이관 문제는 국가의 장래를 위하고,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미있는 결단으로 보여진다. 바라건데, 이러한 결단의 의미가 부디 퇴색되지 않도록 올바른 방안들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홍재형(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ㆍ민주당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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