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씨의 법정 증언만 있으면 사건의 실체 규명은 물론이요, 최 회장의 유죄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텐데 왜 송환이 이뤄지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김씨가 지난 7월31일 대만에서 이민법 위반혐의로 체포된 즉시 국내 송환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봤으나 예상과 달리 김씨는 한 달이 넘도록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SK는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김씨의 송환 및 증언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읍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김씨 송환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상황이다.
김씨의 송환은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것일까.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법무부와 검찰 등 정부 당국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송환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 있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김씨처럼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을 경우 최장 2개월간 구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말 안에는 한국 송환이 이뤄질 수 있고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과거 비슷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씨의 증인신문 없이 재판이 끝난다면 '반쪽짜리 재판'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체적인 진실 규명조차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낼 경우 향후 발생할 진실공방에서 재판부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김씨를 소환해 증인신문 절차를 거쳐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구속만기 등 법적 절차도 중요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보다 우선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김씨가 국내 송환될 것이 확실하다면 김씨 증인신문이 어떻게든 이뤄져야 SK 사건의 모든 당사자들도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 없이 재판을 종결하려는 뜻을 내비치면서 SK는 더욱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항소심이 사실관계를 따지는 마지막 사실심리여서 김씨의 법정 증언이 물 건너갈 경우 최 회장 형제는 사실관계도 제대로 따지지 못한 채 재판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재판에서 "김씨를 불러 얘기를 들을 생각이 없다"며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재계는 김씨 증인신문이 무산돼 사실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최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뒤따를 경영공백의 장기화가 SK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 회장 사건의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SK의 해외사업 파트너들도 숨죽인 채 SK 사건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