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아우토반 질주하는 한국차 바라보며


독일계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다 보니 독일 출장을 갈 일이 잦고 자동차 강국을 상징하는 아우토반을 달릴 일도 꽤 있는 편이다. 매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우토반을 달리는 한국차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차를 판매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가슴이 뿌듯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뿌듯한 점은 한국차에 대한 유럽인의 평가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과거 세계 시장에서 한국차는 싸구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품질에 있어서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누구도 한국차를 무시하지 못한다. 실제 한국차의 품질은 불과 몇 년 사이에 경계의 대상으로까지 변했다. 단언컨대 냉장고 차를 들먹이며 한국차에 대한 독설을 퍼부었던 자동차 TV쇼 진행자인 제레미 클라크슨도 한국차를 다시 접한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품질에 있어서 그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품질뿐만이 아니다. 규모면에서도 한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이미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 국가이다. 즉 세계 5대 자동차 대국 중 하나인 것이다. 이 같은 한국차가 세계 시장에서 더 큰 도약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독일 및 일본 수입차 브랜드 대부분이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 위해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아울러 운전자들이 몸으로 체감하는 감성 품질을 높여나가는 노력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편안한 차, 화려한 차를 넘어서 운전하는 맛이 느껴지는 차를 만드는 것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자동차 문화 역시 좀 더 개방적이고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의 수단만이 아니라 개성을 표출하는 패션산업과 같은 성격의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보다 다양한 수입차들이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다면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 세계 시장의 변화에 대비해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항상 놀라운 저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무모한 도전마저 쉽게 성공해냈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국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한국차들이 더욱 늘어나고 한국차를 보면서 엄지를 치켜드는 해외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늘어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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