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원은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을 비롯, 인천과 경기-강원도를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선포했다. 보건당국이 이처럼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는 데도 관련질환에 대해 특별관리 의지를 밝힌 것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을지병원 내과 김진욱 교수(02-970-8204)는 『이미 10여년전에 박멸된 것으로 알려진 토착형 말라리아가 지난 93년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군부대에서 발생한 후 94년 22명, 95년 107명, 96년 356명 등 환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99년 3,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토착형 말라리아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병원충이 인체의 적혈구에 감염돼 증상이 나타나며 전염성이 매우 높다. 전세계적으로 10억 이상의 인구가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살고 있고 매년 2억명의 환자가 발생, 20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3일열원충·열대열원충(열대성)·4일열원충·난형열원충 등 4종의 기생원충을 매개로 전염된다. 이중 열대성 말라리아에 걸리면 생명을 잃기도 하지만 국내에 퍼지고 있는 것은 토착형인 3일열원충이기 때문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지금까지 보고된 환자들은 대다수가 현역 군인들이었고 민간인 환자중 40%는 2년내 전역한 군인들이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민간인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02-3410-3114)는 『말라리아 원충이 말초혈액으로 들어와 간세포 내에서 분열, 증식하고 많은 수의 분열소체를 형성한다』면서 『감염후 적혈구에 기생하기 시작할 때까지 잠복기는 짧게는 1~2주일에서 수개월까지 다양해 모기가 없는 겨울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잠복기를 거친 후 충체가 적혈구에 침입, 증식하면서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급성기 환자는 몇분에서 한 두시간 오한·두통·구역질 등을 보이기 시작한다. 피부가 따뜻하고 건조해지며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는 발열기(3~6시간이상)에 이어 땀을 흘리는 발한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발열증상은 48시간마다 반복해 나타난다.
김교수는 『열대성 말라리아는 치료시기를 놓치면 생명을 잃기도 하지만 국내 토착형인 3일열원충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아 염려할 필요가 없어 예방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말라리아 진단·예방법=발열주기가 규칙적이면 비교적 쉽게 말라리아로 진단할 수 있지만 확진을 위해서는 혈액에서 원충을 검출해 봐야 한다. 국내에서 발병하는 3일열 말라리아는 내성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치료되므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말라리아는 환자를 조기발견, 감염원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학질모기는 해질 무렵부터 새벽사이 활동하므로 이 시간대에 활동하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시에는 노출부위를 줄이고 곤충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좋다. 또 동남아 등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여행할 때는 예방약(MEFLOQUINE)을 여행1주일 전부터 먹기 시작, 그 지역을 떠난후 4~6주간 복용해야 안전하다.
박상영기자SANE@SED.CO.KR
입력시간 2000/05/07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