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회(41ㆍ사진)씨가 청력을 완전히 잃은 것은 세 살 무렵. 그 이후로 그는 세상의 모든 소리와는 철저히 단절된 채 혼자만의 틀에서 갇혀 지냈다.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말을 배우는 것도 그에게는 힘겹기만 했다. 결국 청각장애 최고등급인 2급 장애인이 됐고 그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각고의 노력으로 지금은 비장애인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장애를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극복한 덕분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통역 없이 40여분간 진행자와 생방송을 소화할 정도로 유려한 말을 구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수화'를 "세상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손짓'"이라고 말하는 그는 특수학교 교사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행사의 연사로 나서 농아인과 그들의 삶에 대한 열정적 강의로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어느 누구 못지않게 사회참여 활동도 적극적이다. '아름다운 손짓'이라는 수화보급 전문잡지 발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그는 직접 편집장과 취재기자로 활약하며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청각장애인이 편집상(제34회 한국잡지 언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서울 서초구 수화통역센터장을 맡아 남다른 애착과 열정으로 청각장애 청소년들의 문화ㆍ교육 활동 지원 봉사를 하는 그는 농아인들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려 2004년에는 서울사랑 시민상 봉사상 본상 및 한국 장애인 인권상 개인상도 받았다. 2003년부터 나사렛대학교 유니버설디자인학과 대우교수로 재직해 있는 그는 지금은 '청각 장애인 최초의 박사'를 목표로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청각장애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며 '새로운 농아인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그가 '2009년 서울시 복지상 장애극복자 분야'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한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나갔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줘 청각장애 청소년들이 대학과 대학원 진학의 꿈을 갖게 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말했다. 시는 안씨를 포함해 시립뇌성마비복지관 보일러 기사로 일하고 있는 장선섭(46ㆍ지체장애 1급)씨, 기획재정부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호균(40ㆍ지체 1급)씨 등 6명을 '2009 서울시 장애인극복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오는 18일 열리는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때 시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