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5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열린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은 유족과 조문객들의 눈물 속에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기 위해 밤을 새웠던 많은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
그러나 올해 다섯 살인 노 전 대통령의 손녀 서은양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다. 할머니 권양숙 여사와 조문객들 사이에 앉아 카메라를 향해 'V'를 그려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이 마지막으로 봉하마을 사저를 향할 때도 권 여사의 손을 잡고 가면서 잠이 덜 깬 듯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서은양의 이런 천진난만한 모습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서은양은 지난 2004년 1월 건호씨와 부인 배정민씨 사이에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의 첫 손녀다. 노 전 대통령 장의위원회 측이 최근 공개한 미공개 사진에는 노 전 대통령이 서은양을 자전거 뒤에 태우거나 과자를 주는 다정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발인제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운구가 바깥으로 나오자 마을회관 앞 광장에 운집한 추모객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고인의 영정이 발인식장 안으로 들어가자 가족들은 분향소로 자리를 옮겨 마지막으로 집 앞에서 음식을 대접하는 견전제를 올렸다. 추모객들의 흐느낌 속에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이 가족들과 함께 사저 안을 돌고 운구차량으로 올라가자 추모객들은 미리 준비한 노란 비행기를 날리고 통곡하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일부는 운구차량으로 달려와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라고 소리를 쳤고 이를 지켜보던 추모객들도 탄식을 쏟았다. 고인의 시신과 영정을 실은 운구차는 선도차의 준비가 끝난 오전6시께 출발했고 조문객들은 눈물로 마지막 상경길을 배웅했다.
○… "언제 우리가 만났던가. 언제 우리가 헤어졌던가. 만남도 헤어짐도 아픔이었지…."
노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거행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운구차가 출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직접 부른 노래 '작은 연인들'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전날 밤부터 마을회관 앞을 가득 메운 채 기다렸던 2만여명(경찰 추산)의 추모객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을 한편에 세워진 노 전 대통령의 유서 속 글귀 "너무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가 고인과의 헤어짐을 슬퍼하는 추모객들을 위로하는 듯했다.
운구행렬이 노란색 띠로 가득찬 마을회관 앞길을 지날 때는 추모객들이 일제히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하늘로 던졌다.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편히 가세요"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추모객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과 '상록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 민중가요를 부르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2,000리 세상 여행길을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