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한다. 어릴 적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난감 중 하나는 모형 자동차이며 성인이 되는 순간 나만의 드림카를 꿈꾼다. 자동차를 남자들의 ‘영원한 장난감’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와 로봇을 주제로 한 영화 ‘트랜스포머’가 전 세계 남성관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질주본능을 일깨우는 온갖 스포츠카들이 영화 내내 종횡무진 하는 장면은 보기만해도 흐뭇하다. 영화 속 수많은 차들 가운데 관객들의 시선을 끈 모델은 단연 영화의 주인공 ‘범블비’로 등장한 노란색의 고성능 2도어 스포츠카 시보레 ‘카마로(Camaro)’. 하지만 카마로는 아직 한국에서 시판되지 않은 탓에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은 영화로만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오는 3월이면 국내에서도 ‘범블비’ 카마로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올해부터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키로 한 GM대우가 그 첫 번째 야심작으로 카마로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승행사는 국내 판매에 앞서 카마로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카마로는 지난 1967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근육질의 힘센 차를 뜻하는 ‘머슬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실제로 각지면서도 넓게 퍼져 탄탄해 보이는 첫 인상은 근육질의 남성을 떠올리게 한다. 카마로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지난해 뉴욕모터쇼에서 ‘올해의 월드 디자인상’을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현재 시판 중인 카마로 5세대 모델은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씨가 디자인해 더욱 유명세를 탔다. 카마로의 디자인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초창기 모델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 발전시켜왔다는 점이다. 먼저 V자로 꺾인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동그랗게 눈을 치켜 뜨고 있는 헤드램프에서부터 실내 운전석의 3분할된 계기판과 기어레버 앞쪽에 자리한 4개의 게이지에 이르기까지 초창기 카마로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느낌이 든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성난 엔진음이 울려 퍼지며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주행코스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산타모니카의 해안도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높이자 특유의 폭발적인 엔진음을 뽐내면서 금새 시속 120마일(190km)을 넘어선다. 고속주행구간임에도 다부진 근육 덕분인지 하체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운전석 앞 유리창에 속도를 포함한 각종 정보가 비춰지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초반의 가속구간에서 약간 뒤늦게 반응하는 점은 아쉽지만 언덕길에서도 평지처럼 거침없이 치고 나가는 힘은 카마로가 왜 ‘머슬카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미국 현지 판매가격은 V6 3.6리터 엔진에 최고출력 312마력의 LS와 LT모델은 2만 달러 초반에서 후반, V8 6.2리터 엔진에 426마력의 SS모델은 3만 달러에서부터지만 국내에서는 LS와 LT 두 가지 모델이 도입될 전망이다. 결국 국내 판매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카마로의 흥행여부를 가를 것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