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급증 불구 고정투자 부진으로/소비증가로 개인 잉여자금도 줄어올 2·4분기 자금순환동향에는 우리 실물경제의 현황을 대변해주는 특징들이 현저하게 나타나있다.
두드러진 특징중의 하나는 기업들의 자금부족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출부진 등에 따른 재고급증으로 기업들의 운전자금수요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투자의 부진으로 자금조달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4분기중 기업의 자금부족규모는 17조3천억원. 이는 지난 1·4분기에 비해 2조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그동안 기업의 부족자금의 상당부분을 메워주던 개인의 자금잉여규모도 크게 줄어들었다. 2·4분기중 개인들이 은행차입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1조9천억원이었고 금융기관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한 자금은 18조6천억원으로 그 차액인 6조7천억원이 잉여자금으로 기업부문에 공급됐다. 이는 2·4분기에 비해 1조원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의 기업부족자금 보전율도 1·4분기의 39.6%에서 2·4분기에는 38.8%로 떨어졌다.
이처럼 개인부문의 잉여자금이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 소비증가 때문이다. 개인은 소득과 금융기관 차입액을 가지고 소비를 하고 나머지를 금융기관에 운용하게 된다. 개인이 순수하게 자금을 공급하는 규모는 금융기관 운용액에서 금융기관 차입액을 뺀 금액이 되는데 소비가 증가하면 금융기관 운용액 자체가 줄어들어 개인부문의 자금공급액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분기에는 개인이 저축이나 유가증권으로 운용한 자금이 13조1천억원,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5조4천억원이었는데 반해 2·4분기에는 각각 18조6천억원, 11조9천억원으로 자금조달액의 증가세가 자금운용액 증가세를 훨씬 웃돌았다. 이는 빌린 돈의 상당부분을 저축이나 유가증권으로 운용하기 보다는 소비해버렸음을 의미한다.
결국 과거에는 기업 부족자금의 상당부분을 개인이 저축을 통해 보전해줬으나 지난 2·4분기의 경우에는 기업의 부족자금을 충당해주는 개인의 역할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이같은 개인의 저축감소는 결국 해외부문에서의 부채증가로 나타나게 됐다. 경제의 어디선가 기업의 부족자금을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부문의 자금잉여(대외부채증가를 의미)규모는 1·4분기의 3조4천억원에서 2·4분기에는 5조3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결국 경상수지의 대규모 적자로 나타났다. 통상 경상수지 적자를 국내 투자와 저축의 차이로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김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