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방안 옳은가

손재영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기고]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방안 옳은가 손재영 손재영 세계적 경기 회복세에서 우리나라가 소외되고 있다. 국민총생산에서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가 ‘나홀로 불황’이라는 것은 국가내부 문제, 특히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많은 실패에도 정부는 그나마 부동산 정책만은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듯하다. 강남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를 잠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부자들이 사는 집이 비싸진다고 정부가 나서는 경우는 없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정부입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목소리만 높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왜 부작용 없는 정책을 구상하느라 많은 전문가들이 골머리를 앓겠는가. 과표 현실화, 종합부동산세, 주택공개념, 주택거래 신고제 및 허가제, 그리고 재건축 아파트 개발이익 환수제 등 연이은 정부대책들은 당장 강남 집값을 잡으라는 아우성 때문에 허겁지겁 발표된 정책들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이고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해 신중한 고려 없이 두세줄짜리 추상적인 설명과 함께 발표됐다. 이후 여러 사람들을 끌어모아 제목 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각 없이 내뱉은 정책들이 제도화되기 쉬울 리 없다. 그 중 최근 발표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방안의 경우도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발표했고 이후 재건축사업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할 개념ㆍ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자 결국은 같은 제목하에 전혀 다른 정책, 즉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내용을 담게 됐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애초 의도했던 직접적인 개발이익 환수에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전환하면서 전세가와 서민주거를 안정시키며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업승인 전 단계에 있는 단지는 재건축으로 증가된 바닥면적의 25%에 해당되는 주택을 지자체ㆍ국가ㆍ주택공사에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되 주택건설비용은 표준건축비로, 토지비는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면적만큼의 용적률 인센티브로 보상한다.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지만 분양승인 전 단지는 용적률을 더 주기 어려우므로 임대주택 비율을 10%로 하고 공시지가 및 표준건축비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재건축조합원의 대지지분을 감소시킨다. 대지지분이 감소되니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러한 가치하락분을 가격안정이라 부른다면 이 정책은 가격안정에 도움이 된다. 또 용적률이 늘어난 만큼 집을 더 지으니 주택공급도 늘어난다. 장기 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의 3%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건설도 환영할 일이다. 정부가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지만 부작용도 작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살던 집이 낡아서 자기 땅 위에 새로 집을 짓는 재건축이 왜 개발이익 환수 대상이 돼야 하는가라는 원초적 의문이 생긴다. 전통적으로 개발이익은 토지 용도변경이나 공공투자 사업과 결부돼 논의ㆍ제도화됐는데 재건축사업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두번째로 주택건설 호수가 많을수록 좋다면 왜 모든 재건축단지에서 용적률을 대폭 올려주지 못하는가. 그간 용적률을 제한하기 위한 정부와 조합들간 갈등은 다 무엇이었나. 주택건설 호수가 늘어나는 만큼 도로 등 주변 기반시설에 걸리는 부하가 늘어나고 생활환경이 열악해질 것이다. 세번째, 당장은 집값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재건축 이후를 보면 어떨까. 조밀화 등 재건축단지 환경이 열악해지면 이 대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왜 그 부담을 재건축조합이 해야 하는가 의문도 생긴다. 국가적으로 수행할 사업의 비용을 일부 사람들에게 선택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쉽게 뱉어지고 어렵게 제도화되는 부동산 대책들은 어쩔 수 없이 부작용과 무리수가 따른다. 특히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숨기려는 의도는 주택에 대한 투자를 저하하고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누적돼 장기적으로 더 큰 재앙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는 상황이다. 입력시간 : 2004-06-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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